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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법문 (마음을 지혜롭게 잘 쓰는 법, 마음의 주인이 나의 부처임을 깨치고, 묻고, 되굴려 놓고,맡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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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이 될 수 있으면 잘 집어 먹고 잘 듣는 수행을 하게 하기 위해서는 누구나 알아 듣기 쉬운 말을 해야 합니다. 부처님 시절의 말씀하신 용어들은 지금 시대 사람들이 그걸 뜻으로 파악하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될 수 있으면 지금 사람은 현대용어로 써 보고 나가고 듣고 나가는 데서 그냥 배워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이렇게 말씀 드리는 겁니다. 말로만 듣고 그냥 넘기지 마시고 서춘보 스님이 나라에 위기가 닥쳤을 때 지혜롭게 대처하듯이 가정에 위기가 닥쳤든, 어떠한 개인 한 사람에게 위기가 닥쳤든, 그것은 마음먹기에 달렸지 않겠습니까. 다가오는 걸 타파해 나가고 실천을 하려면 지혜롭게 그냥 굴려서 자꾸 갈아 써야죠.

사람도 늙으면 다른 옷을 입으려고 죽습니다. 기계도 녹이 슬면 다른 기계로 바꿉니다. 그러니까 녹이 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내가 이 옷을 갈아 입고 싶다 할 때가지 녹이 슬지 않고 바래지 않고 쓸 수 있게끔 하세요. 그것으로 인해서 온 가정이 살 수 있는 건데 녹이 슬게 하고 바래서 돌아가지 않게 만들어 놓는다면 어떻게 가정이 잘 살 수 있겠습니까.

미리미리 좀 놔둘 거라면 기름을 발라서 녹 안 슬게 하듯이, 마음도 역시 그렇게 미리미리 이 세상 세파 속에서 살아나가려면 너무나 닥치는 게 많으니까 그런 일들이 모두 닥치지 않게 하는 것도 너밖에 없다 하고 미리 봉을 박아 놓는 거죠. 봉을 박아 놨어도 앞서의 봉 박지 못해서 오는 것은 오고 난 뒤에 박아도 됩니다. 닥치는 대로. 나쁜 것이 돌아올 때 거기다가 굴려 놓는 겁니다. 자꾸 돌려 놓는 겁니다. 내 기준에 맞게 좋게 해서 굴려 놓는 겁니다.

이성계가 아주 나쁜 꿈을 꾸었는데 지혜로운 무학대사를 찾아가서 그 꿈 얘기를 물었을 때 무학대사는 그 꿈 얘기를 듣고서 묵묵히 한참 있다가 대답을 했습니다. 꿈에 꽃이 폈다 와르르 떨어지는 꿈을 꿨고, 까마귀가 그냥 울고 가는 꿈을 꾸었고, 대문에 허수아비가 목을 매서 대롱대롱 매달린 걸 봤고, 거울이 와르르르 떨어져서 깨지는 꿈을 꿨고, 그랬으니 생각해 보십시오, 얼마나 언짢은 꿈인가. 우리의 상식으로서는 비할 수 없는 언짢은 꿈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거꾸로 다니고 바로 다니고가 따로 없습니다. 때로는 거꾸로도 되고 때로는 바로도 됩니다. 그러니 꿈조차 고정됨이 있겠습니까. 그냥 마음 먹기에 달려 있죠. 까마귀가 울고 간 것은 지금으로 치면 청와대에 들 꿈이고, 거울이 와르르 깨진 것은 모든 사람들에게 소문이 날 것이고, 꽃이 와르르 떨어진 것은 열매를 맺을 것이고, 허수아비가 목을 매서 대문 밖에 대롱대롱 매달린 것은 모든 만민이 쳐다볼 것이라고 꿈 해몽을 해줬답니다. 그렇게 해서 임금이 되기도 했던 겁니다.

그런 것과 같이 우리는 구정물을 새물로 바꿔서 먹을 수 있습니다. 물뿐이 아닙니다. 어디에도 들어갑니다. 일체가 물 안 들어가는 데가 없지요. 인간도 피가 없으면 죽습니다. 피도 물이니까요. 모두가 이 물 안 들어가는 데가 없듯이 우리 마음 이 자체가 바로 굴려서 놓고 바꿔놓는데 의미가 있고, 묘미가 있고, 아주 지혜로운 실천이 나오게 돼 있습니다. 놓았다면 진실로 믿고 도로 뺏어 가지고 나오지는 마십시오. 진짜로 믿어야 합니다.

누굴 믿습니까. 허공을 믿습니까, 이름을 믿습니까, 또는 스님네들 고기 덩어릴 믿습니까. 뭘 믿습니까? 못났든 잘났든 자길 끌고 다니는 자기 마음의 주인을 진짜로 믿어야지요. 자기 마음의 주인만이 자기를 이끌어 줄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이겁니다. 그것부터 알아야 모든 일체제불의 마음도 거기 한 찰나에 들고 나고 들고 나는 것을 증득할 수 있습니다.

... 1993년 2월 21일 법문 중에서 < 회보 65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