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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법문(한생각 되굴려 놓고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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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이 자성삼보에 귀의한다고 하시는데 그 이름만 들어도 자성삼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아실 겁니다. 움직이지 않는 근본, 움직이지 않는다 하면 이상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만 수레가 돌아가도 중심이 되는 중심봉은 움직이지 않고 힘만 배출해주는 것과 같은 거죠. 움직이지는 않고 힘만 받쳐 준다 이겁니다. 그래야만 수레가 제대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그와 같이 우리의 근본도 부동한 상태로 힘을 배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시공을 초월해서 고정됨이 없이 찰나찰나 화하면서 돌아가고 있습니다. 이 말을 왜 되풀이 하느냐고 하시겠지만 아무리 되풀이를 해도 여러분들은 이론적으로 머리로만 헤아립니다. 깊은 내면으로 통신이 돼서 사대가 움직이게끔 하질 않고, 항상 사량으로 굴려서 몸을 움직이게 되니 그 점이 아쉬워서 항상 되풀이를 하게 됩니다.

여러분들이 조금 알면 나도 조금밖에 모르고 여러분들이 많이 알면 나도 많이 알게 됩니다. 여러분들이 바다와 같다면 나도 바다와 같은 것입니다. 삼보에 귀의한다는 건 움직이지 않고 힘을 배출해주는 근본과, 마음을 내는 법과 움직여지는 승을 말하는 것이니, 그러기 때문에 자성삼보 즉, 법에 따라서 움직이는 이 세 가지가 바로 모두 우리들 각자에게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계?정?혜는 무엇인가? 자성삼보에 귀의했으면 자기가 들이고 내는 행을 어떻게 해야만이 계를 지킨다고 할 수 있을까 하는 겁니다. 항상 이런 말을 하죠. 들이고 내는 것도 그 자리이고 움직이게 하는 것도 그 자리요, 보는 것도 그 자리요, 듣는 것도 그 자리요, 가고 오는 것도 그 자리요, 똥 싸고 밥 먹는 것도 그 자리요, 자는 것도 그 자리요, 모든 게 일거수 일투족이 다 그 자리에서 하는 거라구요.

나무가 제 뿌리가 있기 때문에 살 수 있듯이 말입니다. 그래서 전체가 다 그러하니 모든 것을 정에 모아야 되죠. ‘계향’할 때에도 그렇고 ‘계정혜’할 때도 똑같은 이치입니다.

자기에게 누가 되지 않게 해야 부처님 도량에 누가 되지 않게 하는 것이고, 은사나 사제 사형간에도 누가 되지 않게 하는 것이죠. 스님네들은 물론이거니와 여러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들 각자에게 누가 되게 한다면 가정에 문제가 생기게 되는 거죠. 안 그렇습니까? 가정에서 한 사람에게라도 누가 생긴다면 가정 전체가 문제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모든 것을 내 탓으로 돌리고 바깥에서 다가오는 것도, 좋게 들어오든 나쁘게 들어오든 내 탓으로 돌리고, 안에서 어떠한 경계가 일어난다 하더라도 내 탓으로 돌리고, 남편을 원망하지 말고 아내를 원망하지 말고 자식을 원망하지 말고 부모를 원망하지 말고 내 탓으로 돌리고 놓아야 합니다.

그건 왜냐하면 못났든지 잘났든지 내가 이 세상에 나왔기 때문입니다. 내 탓으로 돌리라고 하니까 어떤 분들은 “내가 잘못한 게 있어야 내 탓으로 돌리죠.”하고 말씀하는 분도 있지만 내가 있기 때문에 상대가 있는 것이지 내가 없다면 무슨 상대가 있겠습니까. 그러기 때문에 바로 내 탓이라는 것입니다.

모든 것을 내 탓으로 돌려서 근본자리에 맡겨 놓으면 다시 입력이 되어 바깥으로 나오게 될 때 그것이 그대로 법이지만 그냥 머리로 굴려서 나오는 대로 내뱉는 것은 법이 아닙니다. 그래서 이 마음 도리를 공부하는 사람들은 점차로 아주 입이 무거워지며 필요치 않은 말이 적어지고, 매사를 안으로 굴려서 돌려 놓기 때문에 새로이 입력이 되어서 다시 현실로 나올 때 그것이 그대로 법이 되니까 걸림이 없게 되는 것입니다.

정신계로부터 물질계로 나오게 한다면 걸림이 없지만, 물질계에서 물질계로 그냥 나간다면 항상 걸리고 사고가 생기고 불화가 생기니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다 대처를 하시렵니까? 여러분들이 바로 마음을 안으로 굴려서 다시 바깥으로 나오게 할 수 있는 법신이 되신다면 생활은 물론이거니와 조금 있다 말씀드리겠지만 여러 가지로 자유스런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 1995년 12월 17일 법문 중에서 < 회보 97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