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어떤 땐 길을 걷거나 방안에 앉았거나 한숨이 ‘훅’하고 그냥 맥없이 나옵니다. 그러고 고개가 뚝 떨어집니다. 내가 왜 그런가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나는 먹고 안 먹고, 죽고 살고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다만 여러분들이 자기가 그렇게 많은 생명들의 집합소가 돼서 끌고 다닌다는 사실을 모르고 혼자 먹는다고 하고, 혼자 줬다고 하고, 혼자 산다고 하니 얼마나 어리석으며 답답한 노릇이겠습니까.   혼자 먹었다는 마음을 갖는다면 많은 생명의 의식들이 ‘너 혼자 먹었으니까 혼자 알아서 해라’하고 일일이 걸려도 손 한 번 대주지 않아요. 한마음으로 도와주지 않는단 말입니다. 어떻게 말을 할까요? 자기가 혼자 잘났다고 까분다고 해야 할까요? ‘내가 이렇게 만날 작용을 해주는데도 너 혼자라고 그러는데 너 혼자 잘 해봐라. ’이런단 말입니다.   그러니까 선덕을 쌓아야 된다는 겁니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납니다. 조금도 이 세상은 에누리가 없습니다. 누가 미워서 속으로만 ‘요놈 두고 보자’해도 그쪽에서도 역시 ‘너 요놈 두고 보자’ 한단 말입니다.   그러나 내 마음 속으로 ‘둘이 아닌데 뭐, 예전에 몰랐을 때의 내 모습과 같고 사람이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지. 그러니깐 그렇지 않도록 하는 것도 너밖에 없잖어’ 하고 거기다 맡겨 놓는다면 그 쪽에서도 역시 아름다운 마음으로 참회를 하고 ‘내가 전자에 자네한테 잘못했어. 미안해 살다 보니깐 새록새록 생각이 나’하고 더 마음이 참다웁게 진실한 친구로서 대하게 되죠.   그런데 어떤 이들은 가족끼리도 그렇지 못하고 울거랑 불거랑 하고 야단들이니 어떻게 화목을 찾을 수 있으며, 어떻게 행복을 찾을 수 있겠습니까. 여러분 가정에 부모나 자식이나 부부지간이나 아무리 잘못한다 하더라도 탓을 해서 버릴려고 하지 말고, ‘너만이 그렇게 할 수 있어’ 하고 안에다 놓고 부드러운 말, 부드러운 행, 부드러운 뜻을 가지면 저절로 잘 되어서 집안에 광명이 스스로 들어서 애고가 하나도 없이 잘해 나갈 수 있다. 그저 만나면 사랑하고 만나면 웃고 즐겁고 …….   자식들도 마음과 마음으로, 남편 부인도 마음과 마음으로 붙들어야지 몸을 붙들려고 한다면 붙들어지지 않습니다. 마음을 붙든다면 육체는 저절로 붙들어집니다. 아주 묘한 도리입니다. 마음을 붙들어야 육체가 붙들어지고 화목도 붙들어진다구요. 이 세상을 가만히 보십시오. 끼리끼리 모여 있지요? 사과는 사과대로 배는 배대로 모여 있습니다. 그거와 같이 여러분들도 끼리끼리 만난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누구를 나무래고 누구를 원망하겠습니까.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자는 마음으로 사랑하고 위로해 준다면 너무나 행복해지고 잘 살게 될 겁니다.   부처님 법이 경전에만 있고 부처님한테만 있는 게 아니고 여러분이 계시기 때문에 부처님도 있고 부처님 법도 있는 겁니다. “일체 제불의 마음” 노래를 한 번 해보면서 생각해 보십시오. 그러면 부처님 법이 어디 있는가를 잘 아실 겁니다. 우리네 살림 살이 자체가 바로 부처님 법이자 도입니다. 도가 딴 데 있는 게 아닙니다. 여러분들 살고 있는 생활 속에 도가 있는 겁니다.   그러니 여러분들 마음 한 번 잘 쓰면 물리가 터져서 지혜롭고, 공덕을 크게 받으시리라 믿습니다.   ... 1993년 9월 19일 법문 중에서 < 회보 72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