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은 사람들이 지금 한마음 공부를 하고 가는데 '한마음'이란 마음 내기 이전을 말하고 그릇 둘레를 말하는 거나 같습니다. '한마음'은 마음을 내기 이전이기 때문에 평등사상의 공법도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정신계에 진출을 하지 않는다면 이 세상에 사람으로 났다고 하더라도 다음 생에 또 사람이 된다는 확률은 희박합니다. 짐승이 될 수도 있고 다른 어떤 모습으로 화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그렇게 되면 그만큼 사람노릇을 못하고 자유롭게 살 수가 없으니, 여러분들이 칼을 뽑았으면 꼭 사람을 살리는 칼이 되어야 하겠죠.   여러분들의 칼이 하늘을 꿰어서 굴릴 수 있어야 된다고 봅니다. 우리가 죽는다 산다를 떠난다면 두려울 것도 없고 무서울 것도 없고 거부감을 일으킬 것도 없고 번뇌 망상이다 할 것도 없이 그냥 치고 넘어갈 수 있다 이 소립니다. 내가 있다는 생각, 내가 살아야겠다는 생각, 몸이 없으면 내가 공부를 못한다는 생각 등 갖가지 문제와 관습, 습성이 어느 때고 술술 나오기 때문에 훌쩍 넘어설 수가 없는 것입니다.   우리가 잘되고 잘못되고를 따지려고 이런 공부 하는 게 아닙니다. 죽고 사는 게 둘이 아니고 달과 해가 둘이 아니고 여자 남자가 둘이 아니고 정신과 육신이 둘이 아닌데 왜 그것을 따지겠습니까.   옛날 일입니다만 아침 종성을 할텐데도 불구하고 새벽에 종을 한번 치고 싶어서 종을 내렸더니 그냥 모두들 야단을 치면서 내쫓습디다. 그날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는데 맥고자를 쓰고서 풀숲에 가서 앉았는데 어찌나 비가 쏟아지는지 그 맥고자 둘레 가장자리가 없이 그냥 흘려 내려요. 나는 눈을 지긋이 감고 웃었죠.   왜 웃은 줄 아십니까? '비가 억수같이 수효가 없이 쏟아진다 하더라도 가죽 속에는 들어가지 않는구나. 가죽 속에는 범할 수가 없지! 절대! 이런 겁니다. 첫째 눈이 동그랗게 떠지고 둘째 스르르 감어지고, 셋째 웃어집디다. 누구든지 그러한 속에 빠져보지 않은 사람은 그 마음을 모르며 그 도리를 모를 겁니다. 나는 어떤 것이 닥쳐도 마다하지 않고 받아들였습니다.   이 물질세계에서 볼 땐 엉망인 것 같지만 어떤 거든지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내가 다 버릴 수가 없었다 이 소립니다. 일체가 공부아닌 게 하나도 없습니다. 우주가 어떻게 생산을 해내서 우리를 살기 좋게 할 수 있었던가? 어떻게 별들이 마음들을 한데 모아서 태양을 형성시켰을까? 그 태양이 생산되어 우리 생명들을 어떻게 조성해서 종자를 만들어서 살게 했을까?   우리가 스스로서 지붕을 해놓지 않고 태양을 다 받게끔 했을까? 스스로 마음으로 가려놓고 태양 빛을 받지 못하게 된 거는 스스로서 그렇게 만들었을까? 하는 그 모두를 따지고 본다면 누구의 잘못도 아닙니다. 여러분들의 마음이 더불어 한마음으로 지금 작용을 하고 또 과학자들이 발견하듯, 우리가 공부해서 스스로 발견을 하고 참회를 하고 자꾸자꾸 물리가 터지고 진화가 되는 것을 알게 되면, 그대로가 도이며 그대로 참선이며 그대로가 생활인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답답하시겠지만 답답한 것이 나오는 구녘에서 바로 부처가 나온다는 것을 아셔야만 합니다.   ... 1994년 05월 15일 법문 중에서 < 회보 80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