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생활을 어떻게 해 나가느냐에 따라서 액고나 업보가 닥쳐오고 피치 못할 일들이 닥쳐오는 것도 여러분들의 마음먹기에 달렸습니다. 그냥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해서, 이 마음이라는 것이 얼마나 귀중한지 모릅니다. 마음, 마음, 마음이라니까, 그냥 어떻게 지나가는 게 마음인 줄 알지 마시고 똑바로 진실하게 알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여러분들이 살아나가려면 큰 것, 작은 것 할 것 없이 고가 다가오는데, 마음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눈?코?귀 달리고, 육근 ? 육진 ? 육식이 충만한 몸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분수를 모르고 종교를 믿는다고 해서 가정을 등한시하고, 자식이나 남편 또는 부인이나 자식을 돌보지 않으며, 화가 나면 아무렇게나 생각하고 아무렇게나 욕해 버리고 아무렇게나 야단쳐 버립니다.   첫째는 내가 마음을 나쁘게 먹고 말을 아무렇게나 한다면 입력이 된다는 것을 꼭 아셔서 조심해야 하며 입력이 되면 그대로 진행이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빠르게 나오고 더디 나오고 이것뿐이지 흘러버림 없이 그대로 입력이 돼서 나온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생각 하나 말 한마디 행동 하나를 잘 하셔야 합니다.   두번째는 생활 속에서 여러분들이 정진한답시고 철야정진하고 기도 간다고 하면서 가정을 등한시 하게 되니, 밥을 못 먹어서 배 고픈 게 아니라 외로움에 때로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나가서 간식을 하게 됩니다. 남편들은 나가서 간식을 하게 되고 자식들은 나가서 방황하다 보면 문제의 청소년들이 되는 겁니다.   여러분들이 가만히 생각해 보십시오. 우리 스님네들은 여러분들의 가정과 이 도량이 둘이 아니라고 봅니다. 둘이 아니기에 아픔도 둘이 아니요, 가정이 파탄되는 것도 남의 일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항상 여러분들한테 말씀 드리는 것이 있습니다.   '안방에 들어가면 안방이 법당이요, 변소에 가면 변소가 법당이다'라고. 내가 그 자리에 있기 때문에 법당이 되는 것이죠. 내가 없다면 모든 게 무효입니다. 그러기에 마음이 산란하고 어려운 문제가 있어도 거기다 되돌려 놓고 지켜보는 사람으로서 족하라는 겁니다.   절에 와서도 볼일이 끝났으면 빨리 다녀가도 되는 것을 그냥 밤에도 정진한답시고 집에 돌아가지 않으니, 그 가정이 뭐가 됩니까? 자식과 남편을 배고프게 만드는 그러한 일들이 벌어지고, 그래서 그전부터 내가 철야정진을 시키지 않는 원인이 거기에도 있습니다.   자기 가는 곳마다 부처가 계신데 어찌 밤에 여기서 정진을 한다고 해서 부처님이 자기를 돌보고 이 자리에 앉아있지 않는다고 해서 안 돌보겠습니까! 처처마다 부처고, 처처마다 도량이고, 처처마다 자기가 그대로 법인데.   지금 종교로 인해서 가정파탄을 일으키는 종파가 여러 군데 있습니다.   그전부터도 그것을 많이 생각해 왔습니다. 절에 기도 들어간다, 기독교인들이나 카톨릭 신자들도 기도 들어간다, 산기도 간다 하면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다니며, 그렇게 자기의 진실을 찾지 못하고 자기 자신의 지팡이를 세우지 못하고 돌아다니면서 헛된 시간을 보내면서 남편과 자식들을 등한시해서 가정이 엉망이 되어 가족들이 집에 마음을 붙일 수 없게 된다면, 기도를 아무리 백 번, 천 번 해봐도 아무 소용이 없는 것입니다.   안팎이 화목하고 즐거우며 아무 어려움이 없이 한 가정이 유지되어 나가는 그런 길이, 여러분들의 마음에 달려 있고 행동에 달려 있고 말에 달려 있습니다. 피치 못 할 사정이 있어서 나간다 하더라도, 식탁 위에나 냉장고 문에다가 '애들아, 피치 못 할 일이 있어서 나가니 이렇게 이렇게 해라, 널 사랑해'하고 크게 써서 붙여 놓고 나간다면, 그게 뭔 줄 아십니까! 그게 바로 마음의 에너지, 즉 광력의 힘이 거기까지 미쳐서 그것을 쳐다보는 순간에 바로 즐거움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탈을 하지 않게 되죠. 남편이고, 자식이고, 부인이고 모두가 말입니다.   부인네들만 그렇게 하라는 게 아닙니다. 말 한 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고 했듯이, 아무리 하루 24시간이 고달퍼도 따뜻한 말 한 마디를 하게 되면 24시간의 피로가 다 없어지는 겁니다. 그리고 힘이 솟아 오릅니다. 애들이 이탈되는 것도 부모의 책임이 99%라고 볼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그렇게 할 양으로 나온 애들입니까? 처음부터 그렇게 할 양으로 남편들이 그렇게 되고 부인들이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닙니다. 조그마한 일에도 참지 못하고 불끈불끈 내뱉고, 있는 정 없는 정 다 떨어지게 하기 때문입니다. 보고 배우는 게 뭐겠습니까?   불교라는 것이 절에 나와서 기도나 하고 정성이나 들이고 이러는 종교가 아닙니다. 종교라는 것은 우주 전체에 인간들이 생각하고, 행동하고, 말하고, 이 세상에서 살고 돌아가는 이 자체가 종교입니다, 불교이고요.   ... 1992년 10월 18일 법문 중에서 < 회보 61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