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러분은 이렇게 한 데 모여 앉아있다가도 일어서면 다 뿔뿔이 헤어집니다. 헤어졌다 모이고 모였다 헤어지고 하는 것은, 여러분들이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진리가 그러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얘기가 있죠. 예전에 강태공은 곧은 낚시를 던져 넣고 앉아 있으면서 명령으로 영계를 다스렸다 하고, 노자는 영계를 다스릴 때에 영원한 친구로서 나와 둘 아니게 다스렸다 하며, 또 제갈공명은 촛불을 켜놓고 영계를 다스렸다 합니다. 여러분들은 누가 다스리는 법이 옳다고 생각하십니까?   이건 옳고 저건 그르다 하고 시비를 가리는 것은 세상의 물리를 다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옳다 그르다가 없이 닥치는 대로 여여하게 생활을 한다면 그대로일 텐데 말입니다. 그러나 모르고서 그대로 한다고 아무리 해봐야 걸릴 뿐입니다. 내면의 세계를 완전히 파악하고서야 외부의 모든 것을 가늠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명령으로 다스리는 것이 옳으냐, 영원한 친구로서 나와 둘 아니게 다스리는 것이 옳으냐, 촛불을 켜놓고 다스리는 것이 옳으냐는 것입니다. 촛불을 켜놓고 하는 것은 켠다 끈다가 따르기 때문에 자유스럽지 못한 거와 같이 물질로 하는 것은 한계가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기복이나 물질에는 절대로 눈을 돌리지 말고 마음을 두지 말라는 것입니다. 물론 내면세계의 자기 뿌리를 발견하고 나서는 이건 이것으로 저건 저것으로 바로 볼 수 있고, 닥치는 대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노자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곧은 낚시를 던져 넣고 아무리 기다려 본들 명령을 해서 한다면, 예를 들어 군사를 모을 때에 분산되기가 쉽고 또 자기 일이 아니기 때문에 해이해 질 수도 있다. 그러니 백천만 군사를 거느린다 해도 완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만큼 노자는 부처님의 뜻과 둘 아니게 아마 생활했던 모양입니다.   이것을 잘 생각해 보세요. 보이는 걸로 표현하자면, 깨 한 알갱이를 심으면 얼마나 거둘 수 있겠습니까? 많이 나오죠? 그러나 그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왜 한계가 있는가 하면 충분한 시간을 필요로 하고 때를 기다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마음이란 한 찰나 한 생각에 수천 수만이 될 수도 있고 하나가 될 수도 있고 하나마저도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다치는 대로 자기가 중요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중용을 한다는 것은 법바퀴를 마음대로 굴릴 수 있고 불바퀴를 마음대로 굴릴 수 있으며 물바퀴를 마음대로 굴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숫자를 어떻게 따지리까 마는 여러분들 몸 속에 적게 잡아도 십일억의 생명들이 있다고 합시다. 그런데 그 중에 하나가, 깨알처럼 시간을 두고 기다려야 할 것 없이 수만 개가 되기도 하며 대천세계를 꽉 덮고도 남음이 있다면 어떠하겠습니까? 그 하나가 말입니다. 그렇게 많은 것들이 벌떼 일어나듯 한 생각에 많은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고 멸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때문에 병고도 한 가지가 발생했다 하면 곧 다른 증세를 불러오는데, 막는 놈은 적고 해하는 놈이 많아진다면 결국은 쓰러지는 겁니다. 집이 좀먹는 것입니다.   그와 같이 지켜보는 마음이 빨갛게 생각을 했다 하면 전체가 빨개지며, 노랗게 생각을 했다 하면 전체가 노래지며, 악으로 나오는 걸 자기가 다스리지 못하면 전체가 악이 되는 겁니다. 그러니 여러분들 내면세계의 살림살이를 잘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수행인이 되어야만 이 외부의 살림살이도 원만히 이끌어 나갈 수 있는 것입니다.   ... 1990년 11월 18일 법문 중에서 < 회보 38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