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일상이 그대로 불법인 것입니다. 보고 듣고 말하며 움직이는 것이 참선이며, 그 경계가 모두 공부할 수 있는 재료인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믿으며 그대로 실천할 수 있다면 오는 사월 초파일만 부처님 오신 날이 아니라, 영원한 오늘이 바로 부처님 오신 날입니다. 내가 있으니 항상 부처님 오신 날인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셨다고 하지만, 그 분은 열반에 드신 적이 없습니다. 열반이라 함은 돌아가는 것(죽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깨달아 항상 여여함을 열반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은 몸을 가지고 살아 있으면서 열반에 드는 도리를 알아야 합니다.
오하이오 주립대학의 유학생들 중 석사학위나 박사학위를 받기 위해 공부하는 젊은 법우들이 이런 말을 하더군요. “이 공부를 하다 보니 논문을 쓰는 것도 단순한 두뇌작용이 아니라 바로 마음자리에서 나오는 것임을 알게 되어 마음공부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며 열심히 정진하고 있습니다”라고요. 그러니 어떤 전공분야든 이론으로서 만이 아니라 보이는 세계와 안보이는 세계가 한데 합쳐져 돌아가니, 논문을 쓰더라도 글씨와 백지가 모두 살아 숨을 쉬는 것이지요. 이렇게 하면 그 누구의 논문보다도 으뜸일 것 아닙니까?
지난번 오하이오에 가서 전 이렇게 느꼈습니다. ‘당신네들이 아무리 어려운 학문을 연구한다 해도 이 도리만 알고 모든 것에 적용해가며 열심히 활용한다면 모든 분야에 크게 공헌하게 될 것이다’라고요. 하여튼 그곳에 계시는 분들은 모두들 열심히 공부하고 계시더군요. 반가운 일입니다.
여하간에 여러분들이 계시므로 내가 있고, 내가 있으므로 여러분들이 계시는 것이니, 우리는 둘이 아니게 같이 공부할 수 있는 도반들입니다. 누가 높고 누가 낮다고 할 것도 없이 이렇게 같이 앉아 있으면 그냥 도반인 것입니다. 내가 여러분들의 심부름을 하기에 부족하다고 할지라도 서로서로 마음을 주고 받으면서 벗이 되어 서로 웃고 만났다 헤어지고???.
여러분들이 절에 오셔서 공부에 관한 것이든 생활에 관한 것이든 스님들께 말씀드렸을 때, ‘알았습니다’라고 하면 감사하게 생각하고 진심으로 믿고 돌아가십시오. 그리고 스님네들이 심부름을 해 줄 동안에 열심히 공부하십시오. 물론 그렇게 하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그러면 이것으로 마치고, 엊그제 창 밖을 내다보는데 문득 생각났던 시 한 구절을 읊어 드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