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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법문 (되는 것도 법이고, 안 되는 것도 법이다. 일보 물러 서서 되굴러 놓는 지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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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은 아래 앉아 계시고, 제가 법상 위에 올라 앉은 것은, 내가 높고 여러분들이 낮아서 이렇게 앉은 게 아닙니다. 여러분들이 나의 모습을 쳐다보는 반면에 한 분도 빠짐없이 모두 볼 수 있게끔 하기 위해서지, 내가 높아서 이 법상에 올라 앉은 게 아닙니다.

인간과 더불어 부처님과 중생들은 모두가 평등한 것입니다. 높고 낮음이 없이 평등한 데도 불구하고 미처 생각 지 못한 분들은 '어휴, 법상에 높이 앉으셨네'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제가 말씀해 드리는 것을 모두 듣기 위해서일 뿐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내려 앉아도 될 것인데 말입니다. 우리들의 마음은 내려 앉음과 올라 앉음이 둘이 아니고 평등하며, 일체가 다 트였다고 생각을 하십시오.

계 ? 정 ? 혜 삼학을 본다면, 여러 가지로 분류해서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계'라는 것은 우리 생활 속의 전체입니다. 오계니, 10계니, 250계니, 280계니 하고 논하는 그 문제들도 전부 계 안에 들어 있습니다. 계율 말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질서를 지키는 데 있어서 그것을 문란치 않게 하여야 하니까 말입니다. 그러기에 한두 가지 계율이 아닙니다. 일상 생활을 해나가면서 지켜야 하는 문제들이 너무나 많기에 누가 되지 않은 일은 하고 누가 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하며, 거짓말을 한다 해도 남을 이익 되게 한다면 거짓말이 아니 될 수가 있으니, 그것도 또한 계율에 속합니다. 빼고 낄 줄을 모른다면 목석과도 같은 것이니까요. 그래서 계는 정에 들어 있다, 즉 정심에 들어있다 이겁니다.

계는 정심에 들어 있고 혜도 정심에 들어 있어, 바로 계 ? 정 ? 혜입니다. 우리가 그 정심으로 인하고, 한자리로 인해서 일체 만법이 들고 나는 이 도리를 정심에서 밝혀야 만이 해탈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해탈이랄 것도 없어야 하기 때문에 해탈이라는 이름에서마저도 벗어나야 해탈지견향이다 이겁니다.

달은 이 마음의 암흑 속에서 벗어나는 것과 같습니다. 어둠을 비춰주는 달과 같은 밝음 말입니다. 그리고 해는 일체 만중생을 따뜻하게 키워주고 비춰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우리 마음에 어떻게 속해 있느냐 하면, 우리 생활 속에서도 따뜻한 마음의 밝은 지혜로써 말도 부드럽게 하고, 행동도 부드럽게 하며, 생각 생각이 지혜롭게 서로 융합해 나간다면 그것이 바로 해와 같은 것입니다.

내 마음이 따뜻하지 못하면 남의 마음고 따뜻하지 못합니다. 내 마음이 따뜻하지 못한데 어찌 남의 마음이 따뜻하기를 바라겠습니까? 내 마음이 악하게 되면 그건 무간지옥이라 했습니다. 지옥이 어디 먼 곳에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 착하고 밝고 깨끗하게 정심으로써 지혜롭고 따뜻한 마음으로 모든 사람을 대하고, 일체 중생을 대하며, 가정을 이끌고, 둘이 아닌 도리로 대한다면, 마음은 체가 없는 것이어서 스스로 상대도 밝아져 나와 더불어 밝게 불을 켤 수 있다 이 소립니다.

여러분들이 "나는 주인공을 찾는데도 이렇게 안됩니다". "주인공을 찾았더니 잘 되다가 또 안됩니다" 이러거든요. 한 발짝 떼어 놓는 것만 알았지, 한 발짝 또 놓고 드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그와 같이 이야기하는 겁니다.

한 발짝을 들었으면 한 발짝을 놓고 한 발짝을 들었으면 한 발짝 놓고 하는 게 정상적인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들은 안되는 것도 알아야 해요. 되는 것만 아는 것이 아니라 안되는 걸 놓는 것도 알아야, 들고 놓고, 들고 놓고 하는 작용을 자유스럽게 할 수 있는 그런 창조력을 기를 수 있다 이 소립니다.

그런데 주인공에 맡기니까 어느 정도는 되더니 다시 안되더라고 하는데, 뒤로 물러서는 것도 알아야지요. 앞에 구덩이가 있는데 전진하기만 하면 빠지게 되지 않습니까. 그때는 물어서야 빠져 죽지 않죠.

그러니 드는 것도 법, 들지 않는 것도 법, 안되는 것도 법, 되는 것도 법이니라 한 것입니다. 왜 안되는 것도 법이라고 했느냐? 구덩이에 빠지겠으니 빠질 일은 물러서야 한다 이 소립니다. 물러서서 다시 굴려 놓으면 빠지지 않는 데로 갈 수가 있겠죠. 그래서 안되는 것도 법, 되는 것도 법이라 했습니다. 양면을 다 놓고 잘 굴릴 수 있어야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 1992년 5월 17일 법문 중에서 < 회보 56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