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문자2: 저는 오늘 스님을 처음 뵙습니다. 그렇지만 스님께서 설법하신 책을 보고 수행한 지는 한 10년이 넘었습니다. 그 책을 보고 수행을 하다 보니 제 마음에 너무 와 닿아서 진짜 목마른 자가 물을 찾듯이 열심히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와서 돌이켜 보니까 그건 또 새로운 나의 탐심이 아니었던가? 오히려 놓고 맡긴다는 게 뭐를 얻으려는 마음이 더 생긴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잘못됐다고 느끼는데, 내가 찾아야 될 ‘참 나’와 맡기고 놓아야 될 ‘가아(假我)’의 차이가 많이 혼동스럽습니다. 다음에는 순간순간 저희들이 경계에 부딪힐 때, 성내는 마음이라든가 심한 탐심에 부딪힐 때는 순간적으로 거기에 말려듭니다. 그러니까 아주 번뇌가 많은 사람은, 오히려 적극적으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저는 마음은 안으로 굴리면서 절도 많이 해보고 또 좌선도 해봤습니다. 그런데 그럴 때는 마음이 더 여여하고 공부가 잘 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오늘 질문을 드리고자 하는 것은 찾아야 될 ‘참 나’와 놓아야 될 ‘가아’와의 차이와 마음은 안으로 굴리면서 절을 많이 하고 좌선하는 수행 방법 두 가지를 질문 드립니다.   스님: ‘가아’도 없고 ‘진아’도 없습니다. 둘로 생각을 하면 안됩니다. 아까도 얘기했듯이, 기둥 하나가 방편으로 있다면, 거기에 끼고 돌아가는 굴레가 있습니다. 기둥은 움직이지 않지만 그 굴레는 시공을 초월해서 돌아가고 있는 겁니다. 돌아가고 있는 그 수레가 댁에서 지금 살고 있는 자체와 똑같습니다.   일일이 내가 믿고 찾는 진짜 나와 가짜 나를 따로 따로 찾지 마세요. ‘주인공’하면 그 속에 서 나오는 것이 수레에서 굴러 나오는 거와 같습니다. 수레에서 자꾸자꾸 나오는 겁니다. 그러니까 지금 처사님은 수레에서 나오는 대로 그 수레에다 다시 집어넣고 있는 것입니다. 아시겠어요?   우리가 좌선을 하고 절을 하지만 평상시에 앉고 싶으면 앉고, 서고 싶으면 서고, 일하고 싶으면 일하고, 똥 누고 싶으면 똥 누고, 먹고 싶으면 먹고, 자고 싶으면 자고 그냥 용도에 따라서 내 앞에 닥치는 대로 하는 그 자체가 바로 참선이자 도예요. 행주좌와를 그대로 하시란 말입니다.   우리가 앉아서 좌선할 시간이 없는데도 좌선한답시고 시간을 내서 앉는다면, 그건 참선이 아니예요. 똥을 누면서도 진실히 들어간다면 진정한 참선이 돼서 공덕이 됩니다. 공심으로 돌아가는 게 공덕이예요. 한마음으로 돌아가고, 한마음으로 움직이고, 한마음으로 먹고, 한마음으로 살고, 한마음으로 용을 하는 것이 그대로 공덕입니다.   이것 저것 따지면서 산다면 자기가 자유스럽다는 것을 알기까지는 참 힘듭니다. 직선적으로 들어가세요. 그냥 보고 듣고 사랑하고 돈 벌고 하는 그 자체가 바로 주인공 뿌리에서 나오는 거니까 거기다가 믿고 일임하고, 쓸 때는 거기서 또 꺼내 쓰도록 하세요.   옛날에도 얘기했죠. 이성계의 꿈 이야기 말이에요. 너무나 기막힌 꿈을 꿨잖아요. 색경이 와르르르 깨지고, 꽃이 활짝 폈다 지고, 대문에다가 허수아비를 매달아 놓고, 까마귀가 까옥 까옥 울고 가는 꿈을 꿨으니 얼마나 기가 막히겠습니까. 그래서 무학대사한테 가서 물어봤더니 무학대사가 어떻게 꿈 해몽을 해주셨는지 아십니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것도 꿈이요, 꿈꾼 것도 꿈이요, 그러니 당신 생각하기에 달려 있으니 당신 마음대로 생각하시오.”하고 나서 잠자코 있으니까 까옥 까옥 까마귀가 우는 것은 궁월을 말해주는 것이요, 가옥이니까. 색경이 와르르 깨지는 것은 모든 백성들이 일어나는 꿈이요, 꽃이 활짝 피었다가 지는 것은 백성들이 다 우러러 보는 것이라고 말씀을 해주시니까 얼마나 좋았겠어요. 그래서 임금이 됐다는 얘깁니다.   그와 같이 여러분들이 생활하는데 한 생각에 생활 자체가 왔다 갔다 해요. 정말입니다. 이 생각이 얼마나 중요한지 몰라요. 그래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네 자생 중생들에게서 항복을 받고 조복을 받는다면, 보살로 화하고 천백억 화신으로서 응신이 돼서 모든 중생들을 위해서 응해 주시느니라.”하신 겁니다.   그러니까 여러분들이 생활하면서 한마음으로 조복을 받아야만 됩니다. 한마음으로 돌아가는 그 이치를 실천하는 겁니다. 언제 이렇다고 하는 거를 배워 가지고 실천하겠습니까. 죽고 또 죽고 또 죽고 그러는데요. 그러니까 아예 세 가지를 한꺼번에 합해서 그냥 해버리세요.   ... 1994년 11월 20일 법문 중에서 < 회보 85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