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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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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과 같이 오늘 한자리를 하게 된 것을 참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겪어보지 않으신 분들에게는 이해가 안될 겁니다. 그러나 일제하의 역사를 낱낱이 봐 왔고 6. 25의 참변을 낱낱이 봐 왔습니다. 물론 임진왜란 때는 얘기로만 듣고 책으로만 봤겠지요. 그렇게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허나 직접 당하고 너무나 생생하게 봤기에 저 국기만 보면, 국기라는 이름을 떠나서 진실한 전체 우리들의 나라에 대한 마음들이 그 국기 하나에 도사리고 모두 걸음들을 걷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임진왜란의 호국영령들과 더불어 평민으로서 또 많은 조직을 만들어서 나라를 위해서 순국했다는 사실, 평민이 수없이 죽어갔다는 사실이며 일제 치하에 앞장서서 총받이로 끌려간 군인들, 징용으로 끌려가서 탄광에서, 그것도 모자라서 힘이 부족하고 먹지 못해서 지치면은 실험대로 끌려가고 또는 정신대로 끌려가서 말로 다 할 수 없으리만큼 모든 사람들이 많이 죽었습니다. 사람이 총으로 그냥 팍 쏴서 죽이는 것 같으면 얼마나 다행이겠습니까마는 그게 아닙니다. 역사라고 이름을 해서 그렇지 어제오늘 내일도 없는 오늘, 그 아픔을 어찌 다 말로 하리까.

그리고 6?25가 났을 당시에 한강 다리가 끊어지면서 수 없는 사람들이, 차와 사람이 그대로 물로 들어갔습니다. 모래톱에서 총을 맞아서 다리가 떨어지고 이래도 그냥 뜁디다. 아무 정신 없이, 살아있기만 하면 팔이 떨어져도 그냥 뜁디다. 군인들도 평민들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죽어갔습니다. 한강 저쪽 한강 이쪽, 장작개비 던져놓듯 포갬포갬, 뚝이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난 생생하게 봤습니다.

그랬을 때 그 어머니 아버지 형제들 모두가 얼마나 아팠으며 얼마나 기다렸겠습니까? 그나 그뿐입니까? 조그만 손바닥만한 나라에 그것도 전세를 겨우 모면해서 인제 내 집인가 했더니 그것도 갈려서 나누어졌습니다. 이런 통탄할 일이 어딨겠습니까? 그러니까 지금 그 영령들을 위해서 오늘 이 자리를 마련한 겁니다. 우리가 보기는 이렇게 털털하게 염불 몇 번하고 말았습니다만 우리 마음 가운데는 천년 전 아니 십 년 전, 이십 년 전, 삼십 년 전, 사십 년 전, 몇 천년 전을 떠나서 오늘 우리 마음 속에 생생히 살아있는 사실을 아마도 부정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래서 오늘 진짜로, 정말 오늘 이 자리에서 그분들을 위해서 모두 공(空)한 속에 같이 한마음으로써 생산처에다 연결시켰습니다.

제주도에도 법회가 있어서 엊그저께 갔었습니다. 거기도 자리를 꽉 채웠습니다. 허나 처음에 제가 들어섰을 때에, 4?3 병고가 생겼을 그 당시에 모든 사람들이 숨어서 살아나려고 골골마다 앨 쓰고, 어떤 돌 뿌리든지 흙 뿌리든지 들어가서 살 양으로 애를 쓰다 죽은 영령들이 전부 뱀으로 화했어요. 이거 거짓말 아닙니다.

마음이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모릅니다. 여러분은 함부로 해도 되는 거라고 생각을 하시겠지만 그게 아닙니다. 한생각을 잘하고 한 말을 잘해서 이끌어 가는, 바로 다스리는 마음의 선장이 얼마만큼 중요한지 모릅니다. 숨어서 살 양으로, 숨어야 산다는 그 마음이 오직 다른 것은 보이지 않고 그것만 보였던 것은 저쪽으로 하여금 죽고 이쪽으로 하여금 죽고, 그냥 그대로 수효를 헤아릴 수 없이 제주도에서는 참변을 당했다고 봅니다. 그래서 세 번을 지내는데 오늘 마지막 지냈다고 했습니다. 그랬는데 뱀이 나오지 않더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몇 년 전 만 하더라도 장 속에 들어가 있고, 방 아랫목에 와서 앉았고, 지붕 꼭대기에 와 앉았고, 다섯 마리 여섯 마리 열 마리 뭉쳐서 그냥 부엌에도 있고, 뭐 말도 못했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게 다 없어졌다고 하더군요.

오늘 내가 눈물을 금치 못하는 것은, 여러분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무시하지 마세요. 눈에 보이는 물질세계만이 단 줄 아시지 마세요.

<중략>

이런 일이 있었답니다.

제주도에 그런 일이 있고 난 뒤에 큰 구렁이가 뚤뚤 틀고선 집 앞에 와서 항상 옆에 와서 앉아서 계란을 하나씩 갖다가 툭툭 깨뜨려 먹더랍니다. 하하하. 그래서 말입니다. 아, 이놈의 구렁이가 왜 우리 귀한, 예전만 해도 얼마나 계란이 귀했습니까? 지금은 흔하지만 말입니다. 그러니깐 우리도 못 먹는 거를 구렁이가 갖다가 먹나, 얼마나 얄미웠던지 저걸 죽여야지 하고 밤에 잠을 자려니까, 이건 어느 스님의 얘기입니다.

꿈도 아니고 생시도 아니고 아마 삼매에 들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그 구렁이가 턱 일어서는데 보니까 자기 친척집 할아버지더랍니다. 할아버지가 4. 3사태가 일어났을 때에 그만 돌아가셨대요. 그래서 집으로 들어와서 그렇게 있었던 거죠. 그러면서 "그래, 네가 얼른 이 옷을 좀 벗겨다오." 이러시면서 "내가 옷 벗기 위해서 네 눈에 이렇게 띄고 있지 않니?"하더랍니다. "제발 좀 이 옷을 벗어야 할 텐데 내가 자유로이 옷을 벗을 수는 없구나." 하면서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더랍니다. 그래서 그 이튿날 또 죽이려고 하다가 못 죽이고, 사흘이 지난 후에 돌을 가지고 그냥 죽였답니다. 그런데 죽이던 날 저녁 꿈에 할아버지가 또 나타나서 "내 모습을 이렇게 벗겨줘서 이제는 환생을 하느니라."하면서 그냥 공중으로 사인교를 타고 가시더랍니다.

이러한 일도 있듯이, 꿈과 생시가 둘이 아닙니다. 우리가 생각하면은 꿈도 그렇게 꾸어지고 꿈에 생각을 하는 것이 생시에 '주인공은 바로 내 뿌리야. 한마음이 뭉쳐진 뿌리는 바로 나를 이끌어 가고 있어. 어떠한 문제가 생겨서 내 앞에 닥쳐온다 하더라도 내 뿌리만이 할 수 있어!'하고 맡겨놓으면 원자에서 분자가 나가고 입자가 돼서 화하듯이, 그러고 또 나가서 원자가 되듯이 조절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그것을 의심하고 자기를 자기가 못 믿지 마시고 관법(觀法)을 열심히 배우셔서 실천해 보실 때에 체험도 하시고 성사를 이룰 수가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 우습게 생각하지 마세요.

여러분이 우습게 생각한다면 여러분 자체가 바로 우스워집니다. 그거는 당연한 일이죠. 자기가 자기를 우습게 생각하니까 자기가 우습게 되죠.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돌 한 쪼가리도 스승 아님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우주 천지 삼라만상 대천세계에 일체 만물만생은 다 마음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니 여러분의 자성 내면세계에 마음을 통하시면요, 우주하고도 통하고 이 세상에 모두 가설이 돼서 통하고 보고 알고 합니다. 내가 이런 말하는 것은 바로 실천하는 게 도지, 물질을 보고 이게 옳다 저게 옳다 그런 게 아닙니다. 우리가 불을 하나 켜려면 전기 줄과 전기 줄이 맞들어가야 불이 켜지듯이 우리 마음도 그렇게 광대무변하고 보배인 것입니다. 진짜 보배인 것입니다.

... 1994년 06월 12일 법문 중에서 < 회보 247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