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진흥왕 때 설씨녀(薛氏女)는 늙은 아버지의 군역(軍役)을 대신한 가실(嘉實)과 혼인을 약속하고 구리거울을 쪼개어 신물로 가졌다. 6년 세월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자 아버지는 딴 데 혼처를 정하고 시집갈 것을 강요했지만 할부(割符 약속과 신의를 지키기 장식 거울 사금파리 단검 질그릇 등, 신물을 쪼개어 나누어 가짐)를 부둥켜안고 버텨 거지 행색으로 나타난 가실을 맞아 거울을 맞추어 보고서 사랑을 결실한다. 고대 고분에서 반쪽 난 구리거울이 자주 출토돼 왔는데 사후에도 변심 없는 사랑을 보증하고 싶은 고대 한국인의 순박한 마음의 표출이 아닐 수 없다. 두 사람사이의 약속과 사랑 믿음의 불변을 보증하는 할부(割符)문화의 역사는 유구하다. 부여에서 박해를 받고 남하한 고구려 시조 주몽과 그의 얼굴 모르는 아들 유리를 만나게 한 것은 부자가 잘라 가진 단검(短劍) 할부 덕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