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처님 말씀 중에 이러한 방편의 이름이 있습니다.   와지끈 탕탕이라고요. 그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건데 왜 말로 표현할 수 없느냐고 하겠지만, 여러분들 그릇이 작으면 나도 작아지고 여러분들 그릇이 커지면 나도 커진다고 한다면 그 뜻을 아시겠습니까?   여러분들의 그릇이 종지만 하면 나도 종지일 수밖에 없는 거지 종지에다가 드럼통으로 쏟아 부어 봤자 다 흘러버리고 말 테니 항상 똑같이 대해드려야 될 거 아닙니까. 그래서 두루 걸림없이 여여하게 찰나찰나 나투니 와지끈 탕탕이라고 하는 겁니다.   그러니 길을 가다가 갑자기 어떠한 일이 벌어진다면 누구한테 묻고 부탁해야 합니까? 제 삼자가 대신해 줄까요? 모든 문제는 그대로 자기가 있으니까 닥쳐오는 겁니다. 자기가 없다면 아무것도 없는 겁니다. 무효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자기가 있기 때문에 상대가 있으니까요. 그러기 때문에 보배인 자기 씨를 자기 안에 두고도 허구한날 남을 의지해서 빌어 먹으려고 한다면 이보다 답답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자기 보배를 자기 안에 두고도 말입니다.   그러면 그 보배란 어떤 것이냐? 자기 몸은 수레와 같은데, 이 세상에 어떠한 물건이든지 중심 없이 바퀴가 돌아가는 거 보셨습니까? 그 중심은 바로 심봉과 같고 자기 보배와 같아서 움직이지 않으면서도 능력을 베풀 수 있고 배려해줄 수 있는 힘을 다 갖추고 있습니다. 심봉이기 때문에 바퀴가 거기 끼워져 있는 것이죠. 이 지구도 중심이 없다면 여여하게 돌아갈 수가 없습니다. 중심이 있기 때문에 기울어지지 않고 움직이게 돼 있습니다.   아까 연기법을 얘기했습니다만 중요한 것은 바로 진실한 실천이 문제입니다. 길에 오다 가다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 보이지 않는 데서 대처를 할 수 있어야 만이 보이는 대로 나오는 겁니다. 그래서 남이 볼 때에도 신기하리만치 크게 고통을 겪지 않고 여여하게 갈 수 있게끔 된다면 우연이라고 하겠습니까. 그냥 일어나는 우연이라고 하겠느냐고요.   분명히 자기가 있기 때문에 대처할 수 있었고 자기가 있기 때문에 그런 일도 당했는데 그냥 흘리듯 우연이라고 하겠습니까? 그러니까 보이지 않는 자기의 보배로 하여금 보이는 데로 나오게 하는 것입니다.   또 우리가 지구에서 부대끼며 오물딱조물딱 살면서, 벌레 하나 버리지 않고 살면서도 지구 안에서 지구 바깥으로는 못 나가죠? 그래서 말입니다. 이 지구가 대형 버스라면 그 대형 버스 안에서 우리들은 서로 싸우고 상처 주고 상처 받으면서 그냥 수라장이 돼가지고 사는 겁니다.   이러냐 저러냐, 옳으냐 그르냐 하고 온통 그냥 다투고 또 먹고 살기 위해서 안하무인으로 남을 밟고 올라 타고 또 올라 타면 그냥 위에서 떠밀고 야단이니 중간에서 살기가 얼마나 힘이 듭니까? 힘이 너무 들기 때문에 허리띠를 졸라맸던 것입니다. 우리 중(中)세계에서 사는 사람들은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은 사람이 별로 없을 겁니다.   그리고 지구라는 버스 안에서 살면서도 이 버스가 돌아간다는 거는 알고 있는데 어디로 돌아가는지 또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지 모르고 있지 않습니까. 여러분들은 이 지구라는 버스가 어디로 돌아서 오는지 어디로 돌아가는지 생각해 보셨습니까. 돌아가고 돌아온다는 거는 아는데 어떻게 해서 어디로 돌아가는지는 모르지 않습니까.   ... 1995년 06월 18일 법문 중에서 < 회보 91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