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은 처사가 안볼때, 잠자고 있을 때 하면 될 거라고 했다. ★ 그 안에 계신 부처님께 "그 절은 보살님을 위해서 하시는 겁니다. 처사님 육신에게 하라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계시는 부처님께 하세요. 그 모습은 생각하지 마세요." 처음에는 죽기보다 싫었다. 그런데 어차피 각 방을 쓰니 남편은 알 리도 없고 해서 시작했다. 밤마다 <금강경>을 읽은 후 남편이 자는 방 쪽을 향해서 삼배를 했다. 기분이 나쁘다가도 "그래, 스님이 그 인간이 아니라 그 안에 계시는 부처님께 하는 거라고 하셨어"하며 스스로를 위로했다.한 달째가 되자 절할 때는 저주하던 마음이 조금 사라지는 것 같았다. 두 달이 넘어가자  절할 때만큼은 미운마음이 없어졌다. 그러던 어느날 남편과 마주쳤는데 남편의 모습이 아니라 그 안에 부처님이 문득 느껴져서 깜짝 놀랐다. 이상한 일이었다. 그날 밤 그 생각을 하며 절을 하는데 눈물이 나왔다. 왜 우는지도 모르고 한참 울게 됐다. 백일이 지났지만 김씨는 계속 삼배를 했다. 그렇게 일 년이 넘자 이제는 밤마다 삼배하는 것이 자연스러워 졌다. "어느 날 법당에서 108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가슴에서 뭔가 쿵하는 것 같았어요. 그러더니" 김씨는 도저히 설명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 밉던 남편이 불쌍해 보이더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마음이 날아갈 것 같았다. 아니, 내가  왜 이렇게 기분이 좋지. 세상에 이렇게 가벼울 수 가, 마치 천근같은 무거운 덩어리를 지고 있다가 없어진 것 같았다. 스님은 "그거 보세요, 처사님이 아니라 보살님을 위해서 하라고 했지요. 결국 미운 마음은 보살님 것 이었으니까요" 하며 기뻐하였다. ★ 자유인이 되세요 평생 미워하던 마음이 그렇게 무거웠을 줄은 몰랐다. "이제 보니 사람 미워하는 게 얼마나 힘든 것이었는지,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그만두는 것인데요. 어차피 달라지지 않을 사람이라면 그렇게 미워하지나 말 것을."  김씨는 지난 세월이 억울하다고 한다."저는 이제 칠십 중반이 됐어요.이 나이에 주제넘긴 해도 젊은 사람들에게 꼭 얘기 좀 해주고싶어요." 저처럼 평생 기다리지 말고  할 수만 있다면 하루라도 빨리 삼독의 짐을 내려놓으라고요. 제발 자기 자신을 위해서요!" 스스로 미움의 사슬에 묶여 있었음을 이제라도 알게되어 감사하다고 한다. 생을 마감하기 전에 감옥에서 풀려난 심정이라며 활짝 웃는 김씨를 보니 부처님 말씀이 떠오른다. "★ 스스로 고에서 벗어나 자유인이 되십시요"      황수경( 동국대 선학과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