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소한 것을 가지고 내 종교 네 종교 따지지 맙시다.   그런 분별도 마음으로부터 나오는 것입니다. 지구 안에 더불어 살고 있으며, 지구가 시공 없이 돌아가고 인간도 찰나찰나 돌아가고 있습니다. 짊어지고 다니지 않는, 놓고 돌아가는 이치를 알고, 정신계를 숭상하면서 마음의 능력을 기르면서 나아가야 합니다.   체가 없는 마음으로 더더구나 창살 없는 창살을 만들어 놓고 한 발짝도 띄어놓을 수 없어서야 되겠습니까? 그것 또한 여러분들 마음입니다. 마음이 그렇게 좁아서야 어찌 이 세상을 한 주먹으로 집어삼킬 수 있으며, 가정을 화목하게 이끌어나갈 수 있으며, 사회와 국가는 물론 몸을 건강하게 이끌어 나갈 수 있겠습니까?   의학으로는 지금 30% 내지 40%밖에 해결할 수 없는 경우가 있는데 그건 50%의 보이지 않는 마음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왜 그런 줄 아십니까? 영계성 ? 유전성 ? 세균성 ? 업보성 ? 인과성을 여러분들이 짊어지고 있기 때문에, 숙명의 컴퓨터에 입력이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것을 모두 녹이려면 “내가 있기에 그런 모든 일이 일어나는구나"하고 생각하고 언제나 맡겨 놓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여러분들이 안방에 앉아 있다면 그곳에 부처님이 계시고, 변소에 앉아 있다면 변소에 부처님이 계시며, 그 또한 도량인 것입니다. 일체 만사를 요리를 잘해서 맛있게 먹을 수 있다면 여러분들은 으뜸가는 자유인이요 부처인 것입니다. 무의 세계, 유의 세계를 한꺼번에 건질 수 있는 자유인이요, 그 능력으로 인해 바로 구경지에 이르러 대각을 이루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망상을 끊어야 한다고 들 하는데, 끊으려고 한들 그게 어디 끊어지는 겁니까. 저 흘러가는 물을 끊으려고 한들 끊어지겠습니까. 망상이 일어나는 것도 자유인이 되기 위한 과정인 것입니다. 망상이 없다면 참사람이 되는 과정이 어찌 있겠습니까. 망상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목석이게요? 그러니 망상을 끊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나를 성장시키는 길잡이라고 생각하세요. 이렇게 편리하고 수승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헛되어 생각하고 인간의 도리를 다하지 못한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이겠습니까.   미국에 갔을 때 어느 신부님이 이와 같이 묻더군요. “귀신이 있습니까? 없습니까?"하구요. 그래서 “신부님이 귀신 노릇을 한다면 귀신이 있을 것이고, 신부님이 귀신 노릇을 하지 않는다면 귀신은 없을 것입니다"하고 대답해줬죠. 사람이 귀신 짓을 하니까 귀신이 있는 것입니다. 부처님 형상만 보고 복을 빌고, 예수님 고행상만 걸어놓고 잘되게 해달라고 기도를 한다면 그것은 기복일 뿐인 것입니다.   기도하는 자체가 틀렸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 형상과 내 형상이 둘이 아니요, 그 마음과 내 마음이 둘이 아니며, 그 생명과 내 생명이 둘이 아닌 까닭에 어디에 있건 하나됨은 끊어짐이 없는 것입니다. 믿어도 바로 알고 믿고, 생각을 해도 바른 생각을 하고 바른 행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바깥으로만 찾고 남을 원망하고 못 믿고 남의 탓으로만 돌린다면 어찌 올바른 종교인이라 하며 만물의 영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들은 항상 자기를 다스려 나가면서 어떠한 괴로움이 닥친다 해도 설사 상대로 인해서 망했다 할지라도 “만약 내가 없다면 이런 일도 없고 상대도 없지 않은가"하고 생각하고, 자기 주처인 한마음 주인공에 맡겨놓고 부드럽게 말해 주고 부드럽게 행동해 준다면 오래지 않아 문제는 해결될 것입니다. 그러니 싸움할 것도 없는 것입니다. 이 뜻을 아시겠습니까.   ... 1991년 2월 23일 법문 중에서 < 회보 42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