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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법문.
...

우리는 평상시에 살아가면서 그냥 놓고 가고 있습니다.

본래 놓고 가기 때문에 더불어 사는 인생이니 자기는 없다는 얘기죠. 자기 혼자가 아니라는 얘기예요. 생각해 보세요. 모든 생명들이 누굽니까. 자기 몸 안에 생명들과 더불어 같이 살고 있고, 더불어 같이 먹고 있는데 말입니다. 어떤 사람을 한 사람 만난다고 해서 자기 혼자 만나는 겁니까 어디. 더불어 같이 한마음으로서 만나는 거죠.

그러니 혼자 만났다고 할 수가 없어요. 혼자 먹었다고 할 수도 없고, 혼자 산다고 할 수도 없고, 혼자 벌었다고 할 수도 없고 혼자 들었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혼자 배설했다고 할 수도 없고, 혼자 잔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매사가 더불어 같이 사는 인생이기 때문에 자기가 했다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마라. 자기가 산다는 생각, 자기가 했다는 생각을 하지 말라는 거죠.

왜냐하면 내가 산다는 생각을 하고 내가 했다는 생각을 하고 내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면, 항상 상대방을 원망하며 남을 탓하게 되거든요. 이 우주 천하가 다 더불어 같이 작용을 하고 내 몸뚱이 하나도 더불어 같이 사는 인생인데 어떻게 혼자 산다고 하겠습니까.

그러기에 모든 것을 근본자리에 다시 놓으라고 하는데도 놓기는커녕 놓는 것까지 들고 있어요. 주인공을 찾으라니까 주인공! 주인공! 입으로만 부르는데 진정코 말 없이 통신이 되게 할 수는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떤 분들은 주인공! 주인공! 하고 열심히 관했는데도 안 된다고 하는데 내가 항상 얘기하죠. 이름을 찾지 말고 형상을 찾지 말라구요. 이름도 형상도 네 이름 네 형상입니다. 일체제불의 마음을 늘 노래하죠? 그 노랫말의 뜻을 잘 새겨 보세요. 부처님 형상은 바로 내 형상이요, 부처님 마음은 내 마음이요, 부처님 생명도 내 생명이니 모두가 둘이 아닌 것입니다.

그래서 법당에 들어오면 일체를 하나로 모아 놓고 예배 올리고, 나갈 때는 하나로 모아 놓고 나간단 말입니다. 둘이 아닌 까닭이죠. 이리로 가도 둘이 아니요, 저리로 가도 둘이 아니에요. 잘 생각하셔야 합니다. 깊이 생각하세요.

요즘 헤아릴 수 없으리만큼 많은 병명이 나오는데 병 증세뿐 만이 아닙니다. 전체가 늠름하게 살 수 있는데도 그렇게 할 줄 몰라서 고통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신계를 무시하기 때문에 그렇게 되는 거죠. 몸으로 한 발짝을 띄어 놓는 게 뛰는 겁니까. 만 발짝을 뛰는 것보다 한 생각 하는 게 더 빠르다는 얘기예요

무의 세계 즉 정신 세계를 여러분들이 느끼지 못하니 그렇지 한번 느껴 보세요.

아주 가까워요. 스위치를 누르기 전은 불이 들어오기 이전이고, 스위치를 누르면 불이 들어온 현실 세계예요. 그렇게 빠르게 세상을 돌아가면서 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신 세계를 무시하고 배척한다면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나갈 겁니까. 악행이 벌어지는 거나 모든 문제가 생기는 것도 모두 자기 모습을 자기가 못 보고, 분수를 지키지 못하고 자기를 돌아볼 줄 모르기 때문에 생기는 영향이라고 봅니다.

나이가 적었을 때 얘기입니다만 일제 시대 때 일본 사람들 사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본 적이 있습니다. 지켜 보려고 지켜본 게 아니라 못 살고 고생을 하고 그러니까 그 사람네들이 어떻게 사는가를 보게 된 거죠. 우리 나라를 침입해서 몹쓸 짓을 많이 했지만 그 사람들은 하다못해 성냥을 하나 갖다 줘도 빈 접시를 주는 법이 없어요. 그리고 자기 분수를 지켜서 위로는 충성할 줄 알고 아래로는 다스릴 줄 알더라는 겁니다.

그 정신력은 투철해요, 아주. 남한테 떠다 밀 생각을 안 하고요. 분수를 지키니까 자기가 조금 올라가서도 먼저 올라가 있는 사람을 어떡하면 끌어내리고 자기가 그 자리에 올라갈까 하는 생각이 없이 자기가 맡은 바 소임을 아주 충실히 해 낸단 말입니다. 자기 능력에 맞게 소임을 맡았다고 생각하고, 윗사람은 자기보다 훌륭하니까 윗자리를 맡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애들도 장난감을 하나 주면 이튿날은 반드시 다른 장난감을 갖다 줘요. 그래서 그때 생각에는 ‘야 참, 무섭구나. 이것이 어디에서 온 건가.’하고 생각을 했지만 그때는 몰랐는데 그 후에 바로 부처님 법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하여튼 절 집안에서 본뜬 게 하나 둘이 아니에요. 행건을 보고 각반으로 썼고, 도포를 보고 하오리로 변경해서 썼고, 오조 가사를 보고 사무라이 총받이로 만들었으며 발우공양을 본떠서 공기밥을 만들었어요. 그뿐이 아니고 모두가 그렇습니다. 사명 대사나 서산 대사 같은 분들의 광대무변한 법을 보고서 너무나 놀란 나머지 그때서부터 다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사람들은 그렇게 정신력이 투철한데 우리는 어떻게 됐습니까? 500년 역사가 어떻게 됐습니까? 남의 탓을 하기 이전에 내 집부터 다져야 남한테 뺏기지 않고, 내 정신을 뺏기지 않고 내 가정, 내 국가를 지키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우리는 빈 껍데기가 돼 가지고 빈 껍데기를 또 잡느라고 애쓰는 겁니다.

우리가 하루 빨리 마음과 마음을 전달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신도는 왔다가 말 없이 그냥 나가는데 그러면 빙긋이 웃죠. 부처님 법은 말을 하지 않아도 말로 전달이 되는 겁니다. 모두가 전달이 되죠. 일체 만물이 다요.

말로 하면 말만 늘어서 봉변을 당하는 수도 있지만 말 없이 말을 한다면 말 재주만 늘어나지도 않고 줄어들지도 않고 아주 적절하게 연결이 되죠. 이 도리를 하루 속히 체험하고 풀어 나가려면 진짜로 자기 뿌리를 믿어야 합니다.

... 1994년 12월 04일 법문 중에서 < 회보 96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