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신의 병도 문제지만 정신적인 병은 이 공부 아니면 해소 시킬 수 없습니다. 의사가 아무리 많이 계셔도 그건 해결 못합니다. 과거도 현실이고 어저께도 과거니까요. 남의 생명을 우습게 알고 죽이거나 그저 내가 살 궁리만 하고 남을 해롭게 하는 마음을 낸다면 내 앞에 닥쳐오는 문제들을 어떻게 막겠습니니까?   그래서 이 공부를 해야 하며 거기서 물러서지 말고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죠. 컴컴할 때 산속에만 들어가도 무서워서 벌벌 떨고 하는 분들 계시죠. 아니 한번 죽지 두 번 죽습니까? 이판사판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사나 저렇게 사나 한번 살다 가기는 마찬가지인데 뭐가 그렇게 두려운 것이 있겠습니까?   예전에 공부할 때의 일입니다만, 하루는 너무 배가 고파서 웅덩이 물을 떠 마시려고 하는데, 물에 비친 내 모습이 내 모습으로 보이는 게 아니라 아주 보잘 것 없는 모습으로 비쳤습니다. 내 마음은 그렇지 않는데 모습이 그랬던 모양입니다. 왜 내 모습이 왜 이렇게 험한가 하고 생각하는데 ‘그 또한 부처니라, 그 속에 진짜 부처가 있느니라’이런단 말입니다.   부처는 중생을 건지기 위해서 마구니 소굴도 들어가고, 오간 지옥도 들어가며 개구리도 되고, 돼지도 되며 개도 되느니라. 그러니 어떤 모습이 될 때 부처라고 하겠느냐? 그렇게 소중한 것이 이 세상에 둘도 없고 없는 것이 바로 보배이니라. 지금 여러분들이 미처 느끼지 못해 아리송하듯이 어떻게 이것이 됐다가 저것이 됐다가 하는 것인가 하고 거기 앉아서 생각에 빠져들었던 일도 있었습니다.   바다 깊은 물 얼은 것도 파도도 관계없이 도도히 흘러도니 청산의 푸른잎 낙엽졌다 말없이 돌부처 도리천에 연꽃 머리 위에 얹어 끝간 데 없이 걸어도누나 검은 구름 활짝 밝아지니 그 모두가 밝고 밝았노라. 이렇게 말할 수 있겠죠. 쾅! 쾅! 쾅!   그러나 이렇게 말을 해도 모르실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여러분들이 스스로 되어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냥 목마르면 물을 마실 수 있고, 눕고 싶으면 눕고, 모든 것을 잘 소화시킬 수 있어야 배설을 잘 할 수 있겠죠.   영원한 생명의 근원을 찾아서 더욱 열심히 정진하시기 바라며,   ... 1991년 8월 18일 법문 중에서 < 회보 47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