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들의 몸 속에 수많은 중생들이 들어 있는데 이 중생들은 다름아닌 자기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수많은 중생들은 숫자가 많으면서도 많은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의식은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하나 마저도 없다고 하는 도리를 부처님께서 가르치신 겁니다. 이 도리를 모른다면 중심이 없고, 내 주인을 모른다면 껍데기만인 빈 집이 되는 겁니다.   그래서 예전에 선지식들께서 말씀하시기를 ‘네 주장자가 있다면 내 주장자를 너에게 줄 것이로되 네 주장자가 서 있지 않다면 제 주장자를 뺏을 것이니라. ’뺏는다는 문제를 덧붙힌 게 아니라 가르치시느라고 방편으로 말씀하신 것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주인이 없다면 영계성, 유전성, 세균성, 업보성이 드나들면서 뒤집어 놓습니다. 웃게도 하고 울게도 하고 성나게도 하고 아프게도 하고 모든 일을 그르치게도 하는데 과거로부터 자기가 짊어지고 나온 거니 어쩔 수가 없는 거죠.   숙명통이라는 건 입력된 컴퓨터와 같은 겁니다. 컴퓨터에 입력이 되어 있는 대로 나오기 때문에 피할래야 피할 수 없는 거죠. 그래서 팔자니 운명이니 하고 울고 불고 야단들인데 거기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 바로 그런 까닭 때문입니다. 그런데 입력되어 나오는 데에다 다시 입력 시키면, 즉 놓으면 앞의 것은 지워져서 무너질 텐데도 맡겨 놓지 않는 겁니다.   과거에 살던 의식까지도 하나로 뭉쳐져 있기 때문에, 거기에 뭉쳐 놓으면 자동적으로 과거의 것은 없어집니다. 넣으면 없어지기 때문에 항상 그릇이 비어지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이와 같이 하지 않으면 순간마다 닥쳐오는 많은 문제들을 어떻게 감당하시렵니까?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너 자신을 알고 나면 둘이 아닌 도리를 알게 되느니라. 둘이 아닌 도리를 알고 너 하나 마저도 없을 때 비로소 네 속에 있는 모든 중생들이 전부 천백억 화신으로 화하느니라 하셨던 겁니다.   마음이 그렇다면 속의 모든 중생들이 전부 아는 겁니다. 내 마음을 좋게 쓴다면, 그들 역시 좋은 대로 따라 줍니다. 여러분들이 다 그렇습니다. 그러므로 내 마음이 평화로우면 남한테도 부드럽게 대하게 되고, 내 마음이 언짢으면 남에게도 괜히 신경질을 내게 되며 말도 짜증 섞인 말을 하게 되는 겁니다. 내가 있으니까 모든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나로부터 내 주처를 완성해야 만이 집이 튼튼하고 빛이 나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삼십이상이 구족하다는 얘기죠. 그래서 그와 같이 구족함으로써, 행하는 것이 중용으로 평등하고 부드럽고 모든 걸 포용해서 응해줄 수 있는 자비와 지혜 즉 해탈지견으로서 쓸 수 있다는 겁니다.   바깥에서 들어오는 경계를 들여 보낼 사이도 없이 그냥 모두 내 놓는다면 그게 마가 되는 거죠. 꼬리가 꼬리를 물어서 행하는 모든 것이 새끼 꼬이듯 뒤틀리고 맙니다.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보이지 않는 구석에서 나오니까 보이는 데에도 전부 걸리는 겁니다. 안으로 놓으랬는데 바깥으로 끄달리니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지요.   우주의 근본은 인간의 마음에 직결이 되어 있고 세상의 모든 살림살이는 전부 가설이 되어 있는 겁니다. 그래서 위로도 하나이며, 아래에 가설이 되어 있는 것도 근본은 하나이며 중도입니다. 중심은 우리가 보통 말하지만 ‘중도’하면 포함된 걸 말합니다.   ... 1990년 7월 15일 법문 중에서 < 회보 34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