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문자2: 이 공부를 하면서 백원 걱정이 생겨 백원을 던져 버리면 천원을 주워 천원 걱정을 만들고 또 천원을 던져 버리면 남의 돈이라도 몇 억을 빌리게 해서 더 큰 걱정을 만들어 던질 수도 버릴 수도 없도록 만들어, 코를 죽이고 귀를 죽이는 공부를 지금 하고 있습니다. 스님의 가르침대로 무심 수행을 하노라면 식구가 살림살이 투정을 할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땐 방심을 했었나 하고 생각을 하면 번뇌가 찾아 들어 무심을 흩어 버립니다. 걱정을 하면 걱정을 한 것만큼 마음을 옆 돌린 만큼 야단을 맞습니다. 이럴 때 그 한생각을 찾아서 거슬러 다시 되바꿔 놓으면 시원해짐을 느끼면서 한생각이 법이 됨을 깊이 되새기곤 합니다. 스님의 표현 방법을 빌리자면 무심은 눈을 뜨고 푹 쉬는 것이라면, 방심은 눈을 감고 생각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눈 감고 쉬면 길잡이 야단을 듣고 눈 뜨고 쉬면 식구가 빤히 쳐다보니 이렇게 꽉 막힌 곳에 방귀 씨 털 먹이는 도리가 있는 것 같아 수행에 도움이 되는 말씀을 구하고자 합니다.   스님: 이것도 저것도 다 놓아야 됩니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닙니다. 한 마디로 말해서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그 가운데서 그대로 여여하게 사십시오.   왜냐하면 한 푼이니 두 푼이니 열 푼이니 따지게 되면 아주 산란해집니다. 더 갖고자 해서 산란해지니까 양면을 다 놓으십시오. 이 모습을 가지고 얼마나 살겠습니까? 그리고 고정됨이 없이 공해서 돌아가는데, 간단하게 생각하면 자고 깨고 자고 깨고 하는 건데, 자는 걸 버릴 수도 없고 깨는 걸 버릴 수도 없어요.   그러니 한꺼번에 그냥 다 놓고"너가 알아서 해!"하고 다 놓아버리세요. 시자를 먹이는 것도 네가 먹일 거고 끌고 다니는 것도 네가 끌고 다니고 죽이는 것도 네가 할 거고 살리는 것도 네가 할 것이니까 너 알아서 해 하고 부지런히 안을 다스리면서 마음을 편안하게 두고 뛰게 되면 영원한 양식을 얻을 겁니다.   질문자3: 감사합니다. 화두는 내면의 세계로 들어가는 가교라고 생각합니다. 큰스님께서는 저희들에게 '주인공 자리에 놓아라'하시고 다른 선방에서는 '이뭣고'라고 합니다. 그런데 인도의 어떤 선지식은 '내가 누구인가?'했고 또 어떤 이는 '내가 있음'이라고 했고 신선경에서는 '내 것 보다'고 했습니다. 이 많은 화두 중에 내면에 잡히는 것이 있고 잡히지 않는 것이 있는 것을 볼 때 이는 자기의 다른 이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깨치신 분들마다 화두의 표현이 다른 것을 볼 때 이는 무슨 도리가 숨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진리는 하나인 것 같은데 표어가 다른 것은 시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어 이 점에 대하여 여쭈고자 합니다.   스님: 그것은 이름일 뿐입니다. 이름을 벗어나서 그대로 믿고 들어가야 됩니다. '이게 뭐꼬'하는 것은 수박을 놓고 '이게 뭐꼬'하고 굴리는 거나 같습니다. 그러나 내가 지금 가르치는 것은 그냥 수박을 잘라서 먹어라 이겁니다. 그대로 수박을 잘라서 먹는다면 영원히 먹을 씨도 나오고 참맛도 알 테니까 그냥 잘라서 먹으라는 겁니다.   아무리 공안이 많다 해도 다 놓고 무조건 믿으세요. 내가 이 세상에 나왔으니깐 상대성도 생겼고 세상도 벌어졌고 부처가 있는 줄도 알았지, 내가 나오지 않았더라면 없는 거 아닙니까? 무효니까요. 내가 있으니까 나(참나)를 무조건 믿고 잘라 먹어봐라 이 소립니다.   '주인공'하면 전체 한데 합쳐진 주인공입니다. 개별적인 주인공이 아닙니다. 내면으로나 외부로나 모든 게 한마음으로 뭉쳐진 자체가 주인공입니다. 공해서 돌아가기 때문이죠.   ... 1993년 11월 21일 법문 중에서 < 회보 74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