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을 하다 보니까 동으로 가는지 서로 가는지 모르겠습니다. 허허허... 동으로 가든지 서로 가든지 팥죽은 팥죽 그릇 한 그릇에 담겨 있는 겁니다. 팥죽 방울이 수효가 아무리 많다 하더라도 그 팥죽 솥에 있는 겁니다. 그와 같이 우리가 아무리 이게 옳고 저게 그르다고 탓을 해도 만약에 지구가 팥죽 솥이라면 우리는 팥죽 솥에 있는 겁니다.   그와 같이 우리가 아무리 이게 옳고 저게 그르다고 탓을 해도 만약에 지구가 팥죽 솥이라면 우리는 팥죽 솥에 있는 팥죽 방울들입니다. 그런데 그 팥죽 방울은 지금 팥죽 솥이 어디로 돌아다니는지 그것조차도 모릅니다. 여러분들은 아시겠습니까? 그러면서도 내가 옳으니 내가 잘났느니 하고 아만과 아상을 가지고 야단입니다. 굴러가는 돌도 내 스승인 줄 모르고...   일체 만물만생을 다 내 스승으로 봐야 되겠죠. 왜냐하면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났기에 기쁜 일도 생기고 나쁜 일도 생기고, 나쁜 것도 보고 좋은 것도 보니까 좋은 거를 가려낼 수 있는 거지 나쁜 게 안 보이고 좋은 것만 보였다면 진짜 좋은 거를 가려낼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모두 내가 잘났다고 하고 내가 혼자 산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안으로 생각해봐도 그렇습니다. 몸뚱이는 바로 집합소라고 항상 말을 하죠. 이 몸뚱이는 생명들이 살고 있는 집합소인데 그 집합소 안에서 “나 뭐 좀 다오.” 하면 그냥 심부름하게 됩니다. 목마르다고 하면 그냥 물 갖다가 대령하고 배고프다 하면 밥 먹여주고, “맛있는 것 좀 다오.” 그러면 맛있는 것 주고, 덥다고 그러면 부채질해주고 안에서 화기가 치밀면 부채질 해줘야 하고, 시원하게 해줘야 하고, 자고 싶다 하면 재워 주는데 심부름꾼이 아니고 뭡니까? 안 그렇습니까?   그러니 여러분들이 만약에 나가서 떼돈을 벌었다 하더라도 관리인이 혼자 벌은 게 아닙니다. 여러분들 속에 들어 있는 생명들이 움죽거려주지 않는다면 그 몸뚱이 관리인은 죽습니다. 돈을 벌긴 뭘 법니까? 한쪽만 움죽거려주지 않고 작용을 안 해준다면 그냥 기울어져서 쓰러지는데 무슨 돈을 법니까? 그런데도 자기 혼자 벌었다는 겁니다. 응?! 자기 혼자 벌었데요. 그리고 자기 혼자 먹었다고 하고 자기 혼자 똥 누었다고 합니다.   이거는 뭐든지 자기 혼자 했다고 하니 아만심이 생기고 나라는 아상이 그냥 무질서하게 생기는 거죠. 이 몸뚱이도 내 몸뚱이가 아니라 모두의 몸뚱이 임을 알아야 해요. 공생이면서 공용이면서 공체면서 공심으로 공식화하고 있다는 것을 여러분들이 잘 생각해보십시오. 그렇지 않은가요? 공식하고 있죠? 그런데 내가 혼자 먹었어요. 혼자 벌 수도 없어요.   그러니까 위로는 먹고 아래로는 싸는 것이 다 내가 하는 게 아니라 공용입니다. 공심으로써 공용을 하고 공식하며 살고 있는 겁니다. 한 우주 덩어리라고 볼 수 있죠. 조그마한 별성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그 도리를 안다면 어디에도 걸림이 없고 보이지 않는 세계와 보이는 세계를 찰나찰나 나투면서 가고 옴이 없이 가고 오며, 전부 직결된 도리를 알고 같이 돌아가는 도리를 알고 모든 걸 자유스럽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겁니다. 부처님의 뜻을 여러분들한테 지금 현실의 용어로 바꿔서 알야 들을 수 있게끔 얘기해 드리는 겁니다.   목탁이나 치고 염불이나 하는 것만이 불교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불교는 이 세상 어느 과목도 빠지지 않고 그대로 평등공법에 의해서 유위 세계, 무위 세계가 같이 돌아가는 진리인 것입니다. 불교는 진리의 이름이에요. 여러분! 우리 몸뚱이 속에도 한 생각 내면 바로 대뇌와 중뇌를 통해서 즉, 소뇌와 대뇌가 한데 합쳐서 중뇌로 들면 중뇌에서 책정을 해서 통신이 되고 곧 사대로 통신이 되는 겁니다. 사대로 통신이 돼서 한 마음으로서 통신이 돼서 돌아가는 겁니다. 그리고 바깥에서도 또 마음과 마음이 같이 이어져서 돌아갑니다. 전달이 되고요. 그러니까 나무와 나무도 둘이 사랑을 전달하기 때문에 열매를 맺는 겁니다. 사람도 마음과 마음이 전달이 되기 때문에 통해서 사랑을 하게 되고 결혼을 하게 되는 겁니다. 그리고 생산을 해내는 겁니다.   모든 우주의 섭리가 다 그러하거늘 모든 게 마음과 마음의 전달이 되고 통신이 돼서 돌아가는 그 자체, 무위 세계, 유위 세계가 같이 돌아가는 그 자체가 바로 교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일체 우주의 근본 자체와 더불어 이 세상 돌아가는 하나의 생명도 바로 불입니다. 이 세계에 모든 것이 돌아가는 건 불바퀴에 속합니다. 그래서 각색 각종의 불바퀴는 여여하게 우리에게 그대로 연결되고 직결돼서 돌아가고 있습니다.   먼 데 있는 게 아닙니다. 외성도 먼 데 있는 게 아닙니다. 여러분들이 멀게 생각하면 먼 것이기 때문에 여러분들 마음에 달려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진짜로 믿고 진짜로 거기에 일임해서 연결되는 걸 알고, 직결되는 걸 알고, 직결돼서 돌아가는 걸 알고, 에너지를 끌어내려서 쓸 수 있는 도리를 알면 밑으로는 모두 제도할 수 있는 자유자재권을 얻는 것입니다.   ... 1994년 07월 17일 법문 중에서 < 회보 8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