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러분들에게 다 신이 있으니까 이렇게 쳐다보고 움직이는 겁니다. 신이 없다면 그렇게 할 수가 있나요? 그래서 자성신이라고 했습니다. 자성신!   이 자성신이 있음으로써 보이지 않는 데서는 한마음으로 돌리고... 실은 보이지 않는 데서 더 문제가 되는 겁니다. 보이지 않는 데서는 체가 없기 때문에 만 명의 머릿 속으로 들어갈 수도 있는 겁니다. 잠시잠깐 용도에 따라서 작용을 하게 해놓고 잠시 들고 나는 겁니다. 양쪽 손으로 작용을 해야 만이 온전한 사람이지 두 손으로 작용을 못하면 불구 아닙니까.   그와 같이 한 찰나에 들었다가 한 찰나에 난다는 겁니다. 자성신이라는 것은, 만약에 이 공부를 대강대강 안 하고 아주 철저히 한다면 이 몸 속에 있는 중생들이 전부 화해서 보살로 등장을 하게 됩니다. 하나의 의식만 가지고도 만 개의 의식을 만들 수도 있으니, 그 얼마나 많겠습니까. 그러니까 모자라면 나무 잎사귀를 가지고도 할 수 있어요. 여러분들이 이 도리가 정말 헤아릴 수 없는 묘법이라는 자체를 확실히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번에도 학생들이 대학시험을 본다고 하는데, 얼른 쉽게 말해서 급하니까 스님을 방편으로 불렀다든가, 내 주인공에 일체 제불의 마음이 한 군데에 들어 있으니까 한마음 속에서 다 해결을 할 수 있다고 맡긴 학생들은, ‘해주시오!’ 가 아니라 ‘할 수 있다. ’라는 굳은 믿음을 가졌던 학생들은 떨어지지 않고 붙었다고 봅니다.   그런데 부모들이 자기만 공부할 뿐 자식들이 급할 때 쓰게 하기 위해서 미리미리 그 도구를 만들어주지 않는 겁니다. 시험은 자기가 해야 되는 것이기 때문에 다만 힘을 합해줄 뿐입니다. 예를 들어 본인 자신이 한번도 생각을 해 본 일이 없을 때에는 통에다가 아무리 기름을 부어도 그냥 새거나, 또는 아예 통이 없어서 기름을 아무리 부어도 부어지지 않는 그런 형국이나 같습니다.   그러면 우리가 생활을 하는 데는 어떻게 실천적, 현실적으로, 진실하게 자유자재로 할 수 있겠느냐 하는 겁니다. 어떤 분들은 남들이 이렇게 한다니까 그냥 왔다갔다 하는 겁니다. 그건 왜냐하면 자기라는 것이 서 있기 때문입니다. 자기를 세우기 때문에 자기가 배웠고, 자기가 사회활동을 하고, 자기가 다 한다고 하니까 아상과 아집으로 인해서 딱 가리는 겁니다.   그리고 물질세계 50%의 관습에 젖은 머리로 살아나가니까 물질만 보이지, 안 보이는 무심의 도리-정신세계-를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하기 때문에 용도에 따라서 문제가 닥칠 때는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겁니다. 가는 길이 있으면 오는 길이 있어야 작용이 아주 원활히 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가는 길만 알고 오는 길을 모르고, 오면 가는 길을 모르니 어찌 양면의 작용이 되겠습니까?   이 세상 이치가 시발점과 종점이 둘이 아닙니다. 시발점이라고 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종점이라고 내리는 사람도 있기 때문입니다. 시발점에서 반은 타고 반은 내리고 종점에서 반은 내리고 반은 또 탑니다. 이러니 시발점과 종점이 어떻게 둘이겠습니까. 이게 바로 만사가 융통할 수 있는 작용입니다.   왜 만(卍)자의 모양이 이런 줄 아십니까? 그냥 둥그렇게 해 놓지. . . . . . . 그것은 바로 원 체가 있으면 움직인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내지 않으면 더하고 덜함도 없을 겁니다. 생각을 안 내고 목숨만 살아 있다면 목석이니까요. 그런데 어떡하든지 이끌어가고자 하고 살아보고자 하고, 아픔, 슬픔, 행복한 맛을 알기 때문에 그 어떠한 고난도 밀치고 넘어갈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지금 작용을 하고 사는 겁니다.   그래서 법륜 마크 안의 수레바퀴도 이세상 돌아가는 이치가 그 안에 다 들어있기 때문에 그렇게 만든 것입니다. 돌아가는 작용이 법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중생도 아니요, 부처도 아닌, 둘이 아닌 자체를 알라는 겁니다. 중생은 부처 속에서 나왔고, 부처는 중생 속에서 나왔으니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바로 둘이 하나로 붙어서 작용을 하기 때문에 불이 번쩍 일어나듯, 인간도 그러합니다.   이 세상 이치도 그러하고요. 잡아당기는 게 없고 끄는 게 없다면 이 지구가 어떻게 이렇게 온전하게 돌아가겠습니까? 우리 인간도 자력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땅에 붙어서 다니는 겁니다. 그런데 고마운 줄을 몰라요.   ... 1992년 1월 5일 법문 중에서 < 회보 83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