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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법문 (부모.조상님 은혜와 천도의식)
...

인간의 몸을 가지고 천년 만년 사는 게 아닙니다.

이 몸으로 한철 나러 나온 겁니다, 한철! 한철 나는 동안에 이 도리를 아셔야 될 것입니다. 염불이나 하고 목탁 친다고 해서 천도가 되는 게 아닙니다. 그걸 똑바로 아셔야 됩니다. 형상의 부처님과 형상인 스님과 둘이 아닌 줄 안다면 목탁을 한 번만 쳐도 천도가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부처 따로 있고, 중생 따로 있다고 한다면 목탁을 천만번을 쳐도 그거는 천도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천도가 왜 생겼느냐 하면, 정신계의 도리를 모르고 돌아가신 분들은 의식이 항상 자기가 살아있는 줄 알고 가정에서 떠나지 못하죠. 묘지에서 떠나지 못하기 때문에 업식이 잔뜩 들어 있는데 그림자처럼 나타나니까 한발짝도 벗어날 수가 없는 겁니다. 그 업식 소굴에서 말입니다.

지금 여러분 몸 속에 업식, 의식들을, 모습들을 좀 들여다보십시오. 모습들이 얼마나 천차만별로 돼 있는지. 보지 않고 한번 들여다보세요. 모습들이 자기 소임을 맡아가지고 작용들을 하는데 어떤 사람은 잘못 작용을 해가지고 파워를 일으키고 자기 집을 망가뜨리고, 온통 자기가 자기인 것 모양으로 한발짝도, 자기가 있다고 생각을 하니까 한발짝도 떼어놓을 수가 없고, 빠져 죽을까봐 강을 못 건너가고, 불 바퀴를 넘어설래야 타 죽을까봐 못 가고 이러니까 오백 년이 돼도 천년이 돼도 물가에서 뱅뱅 돌고 건너갈 수 없다는 소립니다.

이러니 자손들이 부모를 위해서 천도를 시켜드리는 겁니다. 자기가 병이나 낫고 잘되기 위해서 천도를 시켜드리면 아니 됩니다. 묵은 빚을 갚기 위해서 정성을 다해서 그 길에서 벗어나게 해드린다면 자손들은 더불어 벗어나게 될 것이 아닙니까? 염주 알이니까 말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잠시 생각만 하고 내 발등에 불 떨어진 것만 급하게 생각하고 온통 야단법석들을 하는 겁니다.

예전에도 얘기했지만 어느 집안에서 대대로 내려오면서 대장간을 했더랍니다. 그러니 아침에 새벽같이 일어나서 풀무질을 해서 불을 피워야 일을 하니까 불을 피우느라고 손을 혹혹 불면서 하곤 있다가 보니까, 할머니 할아버지 어머니 아버지 모두 살아 계시니까 “아이구, 묵은 빚 갚으랴, 자식들은 옹기종기 있으니까 햇빛 주랴, 이거 참 정말 세상 살기가 더욱 더 어렵구나!” 하고선 한숨을 훅 내쉬고선 손을 혹혹 불면서 풀무질을 하고 있는데, 임금님이 순례를 도시다가 담 밑에서 그 소리를 듣고 아무리 생각해 봐도 묵은 빚을 갚으랴, 햇빛을 주랴는 문제를 아무리 해결할래도 안이 서지를 않는 겁니다. 생각이 안나는 거예요, 그 사람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그래서 그 이튿날 신하를 시켜서 그 사람을 불러오게 했어요. 불러오게 해서, “어제 아침 새벽에 불을 피우면서 한 소리가 무슨 뜻이냐?” 하고 물었어요. 그러니까 “그것은 부모님도 살아 계시고 할머니 할아버지도 살아 계시고, 그분들이 아니었더라면 제가 어디서 나왔겠습니까? 그분들이 낳아서 길러주셨으니 그 은혜를 생각해 보면은 제가 죽도록 갚아도 못 갚을 묵은 빚입니다. 그래서 참 살기가 어렵다는 얘기였습니다, 하니까 대대로 내려오는 그 집안의 풀무쟁이를 싹 치워 주더랍니다. “세상에 그렇게 효자가 어디 있느냐!” 하고 말입니다. 그래서 그냥 평민으로 살게끔 해주고, 논 농사를 짓게끔 논마지기를 떼어 줘서 살게되었더랍니다. 그것도 한생각입니다. 부모의 은혜를 생각하는 것도 한생각이에요. 우습게 생각할 수도 있는 거고 은혜롭게 생각할 수도 있는 거고, 그런 거죠.

... 1992년 5월 31일 법문 중에서 < 회보 246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