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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법문 (여러 불.보살님 들은 용도에 따라 내 한마음에서 응대해 주시는 이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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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이 법당에 들어왔을 때 부처님이 여러 분 모셔져 있으면 혼란스러울 겁니다. 이 땅에 처음 부처님 법이 들어올 때 사람들이 잘 받아들이질 않으니까 민간신앙과 합쳐지기도 했지만, 이조 시대 때 스님네들을 탄압을 하니 들어오는 공양물이 넉넉지 못해서 도저히 스님네들이 제대로 공부할 수가 없었습니다. 산중에 숨어서 사니 말입니다. 그래서 산신각, 칠성각, 지장전, 신중단 모두 해놓고 곳곳에 공양미를 갖다 놔야 만이 대중이 다 먹고 공부를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종교 탄압은 안 하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지금은 마음을 개선해야 된다는 말입니다. 법당에 만 불(佛)이 모셔져 있다 할지라도 일 불(佛)로 봐야 됩니다. 부처님 마음 한 생각에 의해서 주어진 이름 즉 지장, 아미타, 아촉 또는 미륵, 관세음, 지신, 주해신, 주림신 등 명호가 아무리 많아도 모두 이름인 것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부처님 마음 속에서 탄생한 천백억 화신은 천차만별로 모습을 바꾸어가면서 우리들한테 응신이 돼서 나투어 주신다고요. 그것도 과거도 아니고 미래도 아닌 현실에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부처님은 오신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신 것도 아닙니다.

그대로 영원하고 그대로 끊김이 없이 생과 사가 둘이 아니게 그대로 가는 겁니다. 그래서 여러 불상을 모셔 놓았다 하더라도 한 부처님입니다. 간혹 여러분들이 사찰에 가보면 여러 부처님들을 모셔놓은 것을 보시죠. 그런데 사람의 마음이 헛갈려서는 아니 됩니다.

여기 앉아 계시는 여러분들도 천차만별의 다른 모습으로 앉아 계시죠? 각자 생긴 모습은 다를지언정 어찌 마음이 둘이며 생명이 둘이겠느냐는 뜻입니다. 그 아무리 여러 부처님들이 계실지언정 법당에 가면, 부처님의 마음과 내 마음이 더불어 공했으니 일 배를 하든지 삼 배를 하든지 칠정례를 하든지 마음의 여유가 있는 대로 절을 하면 됩니다.

급한 일이 있으면 일정례를 하고 급하지 않으면 칠정례를 하고, 더더욱 급하지 않으면 삼천 배를 할 수도 있습니다. 그건 자유죠. 자유스럽게 여유를 가지고 해야지 마음이 급한데도 꼭 삼천 배를 해야만 좋다니까 하고, 일 배를 하란다고 일 배만 하고 그냥 쓱 돌아서서 나오고 하는 게 아닙니다.

어떤 경우든 자기가 한 대로이니까요. 에누리가 없는 거예요. 자기가 한 것만큼 자기한테 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많이 하기만 하면 되는 줄 알지 마세요. 형식적인 삼천배가 진실하고 간절한 한생각만은 못한 것입니다. 그 점을 잘 아셔야 됩니다.

그래서 부처님을 찾아도 한마음이요, 칠성을 찾아도 한마음이요, 지장을 찾아도 한마음이요, 관세음을 찾아도 한마음이요, 산신을 찾아도 한마음이요, 해신을 찾아도 한마음이요, 주림신을 찾아도 한마음이요, 지신을 찾아도 한마음이요, 모두가 한마음이니 마음은 체가 없어서 찰나찰나 들고 나는 데 손색이 없습니다.

여러분들도 가정에서 아버지가 됐다가 금방 형님이 됐다가 동생이 됐다가 사위가 됐다가 하지 않습니까? 모습은 한모습인데 그렇게 가지각색으로 찰나찰나 나투면서 그대로 행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와 같이 부처님께서도 자유자재하게 나투시니까 형상만 보고 끄달리지 말라는 겁니다.

... 1995년 09월 17일 법문 중에서 < 회보 94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