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해 보면 부처님 법은 우리가 이 몸을 벗기 전에 반드시 알아야 하는 도리이기 때문에, 때로는 착찹하기도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말라고 해도 아니 되고 그렇게 생각해도 아니 되는 것 같습니다.   그건 왜냐하면 길을 지나가다 보면 벌레도 자기가 살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을 감지해 볼 때 기댈 데가 있으면 좀 덜하고 기댈 데가 없으면 아주 더 열심히 살 궁리를 합니다. 이와 같이 우리가 내려놓지 않고, 홀로 모든 것에 집착하지 않고 일어선다는 것은 참 어려운 과정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열심히 만 하면 어렵지 않습니다.   우리들은 마음의 귀도 열려야 하고 눈도 떠져야 하고 폭도 넓혀야 합니다. 우리 머리 위에도 세계가 있고 우리 발 밑에도 세계가 있고 사방 간방에도 세계가 있습니다. ‘전체’하면 벌써 그렇게 있다고 말을 하는 것이고, ‘대천’하면 그런 세계가 헤아릴 수 없이 있다는 증거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지구라는 우물 속에서 살면서 우리가 다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어떤 때는 참으로 여러분들이 답답할 때가 많습니다. 우물 속만이 자기 집이라고 하고 자기 것이라고 하고 자기가 했다고 하면서 서로 뺏고 빼앗기는 싸움을 계속하는, 정신계의 문제도 그렇고 물질 세계에서도 모두가 싸우며 살고 있으니 전쟁 아닌 전쟁이 아니겠습니까.   가만히 보십시오. 전쟁 아닌 것이 어디 있는지! 내가 생각할 때는 거저 줘도 싫다고 하고 돈을 갖다 주고 하라고 해도 싫다고 할 텐데 말입니다. 이러한 문제들이 모두가 바깥으로 탐착을 하기에 생기는 것입니다. 너무 과한 욕심 때문이죠.   이왕 진짜 욕심을 부리려면 아주 우주 세계 천차만별을 다 집어먹으려고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영원하지도 않은 것을 가지고 싸우기엔 너무나 억울하지 않습니까? 고등 동물로 이 세상에 태어나서 그렇게 하찮게 생을 버리다니 그건 말도 안됩니다.   여러분들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연기법에 대해서 많이 들으셨겠지요. 이 전깃불은 전력이 흐르니까 돌아가고 불이 들어오듯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 속에 연기법이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불이 켜졌다는 것은 분명히 다 아는 반면 전력이 들어오고 나가며 흐르는 것은 보지 못한다고 해서, 연에 따라서 우리가 살아나가는 가운데 다가오는 인연들이 따로따로가 아닙니다.   때에 따라서 여러분들 중에 “스님, 집안 식구 누가 지금 병원에서 애를 낳는데 너무 하혈을 합니다.” 했을 때 여러분들은 보이지 않으니까 믿지 않겠지만 부처님께서는 응신으로 화해서 거기까지 같이 해주십니다. 그런데 같이 해주시는 도리는 모르나 하혈이 멎어진 거는 알 수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그것 또한 연기법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일체 만물만생이 다 연에 따라서 돌아가기 때문에 모두가 직결이 돼 있고 가설이 돼 있다는 사실을 아셔야 합니다. 가설이 돼 있기 때문에 즉발 스위치만 누르면 전깃불이 들어오는 겁니다.   ... 1995년 06월 18일 법문 중에서 < 회보 91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