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때로는 어떤 분들이 "스님께서는 왜 용(用) 도리만 가르칩니까."하고 묻습니다.   그런데 용이란 이름이 있기 이전에, 우리가 발전을 하든 안 하든, 우주와 더불어 이 세상은 시공을 초월해서 그대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보고 듣고 움직이는 자체가 바로 '용'아니겠습니까.   움직이며 살고있는 그것 빼놓고 뭐가 있습니까. 그러니 마음으로 그것을 다스리며 해나가는 것이 발전이요, 발전을 시키는 것도 발전이니, 모두가 용이 아니라면 발전이 없습니다. 목석일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뭘 배우느냐 하면 움직임이 없이 움직이는 도리를 배우는 겁니다. 반야심경에 이런 구절이 있지요. '색이 공이요 공이 색이다.'여러분들은 지금 일 분 일 초도 쉬지 않고 움직이면서 눈을 깜박거립니다. 그래서 눈 하나 깜박거리는 것도 용입니다. 생명이 살아있지 않다면 눈도 깜박거릴 수가 없습니다. 살아있는 자체가 그대로 용입니다.   그래서 용신은 모습이 용이여서가 아니라 우리가 움직이고 고정됨이 없이 찰나찰나 돌아가는 까닭에 용이라고 하는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걸 일일이 따지려고 든다면 이 공부는 천하 없어도 못합니다. 우주와 더불어 인간의 근본, 생명이 없으면 아니 되는 까닭에 생명의 근본이 있습니다.   근본은 불성이라고도 하죠. 불성의 에너지는 이 우주를 덮고도 남습니다. 이건 혼자의 에너지가 아닙니다. 불성은 우주와 더불어 우주의 에너지와 직결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세상과도 모두 가설되어 있는 것입니다. 내가 이런 소리를 가끔 하죠. 전력 하나가 수만 개로 화하여 나투면서 돌아간다고요, 또는 불성이라는 에너지 때문에 공기력으로 수많은 것이 발전한다 이겁니다.   그래서 인간이 어떻게 해야 만이 자유스럽게 발전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그런 마음에서 서로 도반으로서 이 공부를 우리가 같이 하는 겁니다. 한마음에서 일체 생활이 나오는 것을 요것은 요렇고 저것은 저렇고, 아버지 노릇 할 때는 어떻고 남편 노릇 할 때는 어떻고 형제 노릇 할 때는 어떻고 하면서 일일이 따진다면 이 마음법은 언제 배웁니까. 모든 것이 찰나찰나 바뀌면서 돌아가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하나로 구성돼서 부처라고 내놓은 것이 마음입니다. 헤아릴 수 없이 마음을 낼 수 있기 때문에 부처이며, 헤아릴 수 없이 볼 수 있기 때문에 부처이며, 헤아릴 수 없이 듣기 때문에 부처인 것입니다. 또 헤아릴 수 없이 응신이 돼서 나투기 때문에 부처인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말로만 들었지 해보지 못한다면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알고 보면 우리가 본래 그렇게 할 수 있게끔 돼 있기 때문에 어려울 것이 없습니다. 다만 여러분들이 여러분들 자신을 못 믿기 때문이고 여러분들 자신을 무시하기 때문입니다. 즉 말하자면 콩 싹이 콩 씨를 무시하는 것과 같습니다. 여러분, 콩 싹은 멀지 않아서 없어질 텐데 콩 씨를 무시한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콩 씨라는 것은 영원한 것입니다. 콩 씨라고 해서 물질적인 콩 씨로만 생각하지 마세요. 인간의 근본 종자를 말하는 것입니다. 콩 씨 하나 가지고 이 세상 일체 중생들을 다 먹이고도 콩 씨 하나가 되 남는 것입니다. 심고 키워 먹이고 또 심고 키워 먹여도 영원토록 그 콩 씨는 되 남을 것입니다.   그와 같이 우리의 불성, 그 영원의 에너지는 영원한 것이며 늘지도 줄지도 않습니다. 인간들이 다 죽는다 하더라도 그 불성의 에너지는 그대로 영원한 것입니다. 사람의 생명과 하천세계 중생들의 생명만이 아니라 전체가 생명입니다. 바람도 생명이요, 비도 생명이요, 물도 생명이요, 눈도 생명입니다. 또 공기력이 어디로부터 이렇게 광대하게 나오며 어떻게 이렇게 광대하게 생명들을 살리며, 어떻게 이렇게 광대하게 천차만별로 화하여 바뀌면서 찬란하게 꿈을 키우느냐 이겁니다.   여러분들은 자기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하면 "나는 무기력하고 나는 죄가 많고 나는 업보가 많아서 빌어야 되고 기도해야만 되고 몇 천 배를 해야만 된다."고 하는데 실은 이렇게 바깥으로 끄달리는 마음 때문에 더 막히는 겁니다. 꽉 막히는 거죠.   자기 마음으로 자기를 막아놓고 뛰려 해본들 한발짝이나 뛰어집니까. 이 공부는 우리가 필연적으로 해야 하는 공부입니다. 인간으로 태어났으면 이 도리를 꼭 알라고 했습니다. 인간이 이 도리를 모른다면 고등동물이라고 하면서 하등동물하고 무엇이 다를 게 있습니까.   ... 1995년 07월 16일 법문 중에서 < 회보 92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