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으로 태어났으면 좀 훌떡 벗어나서 진짜 인간이 돼야 되지 않겠습니까.   여러분들이 지금 직접 당하지 않아서 내가 이만하면 살 만한데 뭘 그래? 그까짓 거 주인공이 다 뭐야 이러지마는, 없는 게 아니에요. 주인공이란 자기 몸과 움직이는 거와 생명의 근본과 몸 안에 들어있는 생명들이 다같이 한데 합쳐진 거를 주인공이라고 했는데 자기가 자기를 무시하는 겁니다.   누굴 믿어요, 지금? 허공을 믿을 겁니까, 이름을 믿을 겁니까, 형상을 믿을 겁니까, 스님들의 모습을 믿을 겁니까, 무엇을 믿기에 그렇게 해야만 되겠습니까? 자기가 혼자 와서 혼자 가는 길에 어떻게 살고 가느냐에 따라서 요다음에 또 소임을 맡아 가지고 나오게 되는데, 개의 모습을 가지고 나왔다면 개 소임밖에 더 있습니까.   그건 저절로입니다.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니고 누가 소임을 주고 뺏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자기가 모습 쓰고 나오는 대로 소임이 주어지니깐요. 염소로 모습을 가지고 나온다면 염소의 소임을 다해야 하듯이 모두가 다 그렇습니다. 각자 소임은 다 있으니깐요.   인간으로 나온다면 인간의 소임을 다해야겠죠. 인간들도 소임이 따로따로 천차만별로 돼 있지만 조금도 '우연히'가 없고 잘못 나가는 법도 없어요.   내가 항상 얘기하죠.   인간의 차원도 바로 이 세상 차원이나 같다고요. 과일도 크고 작은 걸 나누어 놓죠. 작은 것은 작은 것끼리 큰 것은 큰 것끼리 놓고, 깡통 있는 데는 깡통으로 채워지고 금이 있는 데는 금으로 채워지고, 사람들도 정치인은 정치인들대로 상인들은 상인들대로 이렇게 자동적으로 모임을 갖는 겁니다.   상인이 정치인들 속에 끼일 리가 없고 정치인이 상인들 속에 끼일 리가 없죠. 깡통이 금방에 갈 리가 없고 금이 깡통전에 갈리가 없습니다. 그러니 인간의 차원도 역시 그러하니까 한 가족이 만나서 살게 되는 것이 바로 끼리 끼리 모인 겁니다.   깡통이라면 깡통, 금이라면 금기리 만난 사람들이니까 가족 속에서 한 식구가 잘못을 저질렀다 하더라도 모두가 각자 자기 탓으로 돌려야 한다는 겁니다. 깡통과 깡통은 부딪치면 소리가 나니까 이쪽에서 어떠한 문제가 생기면 저쪽도 속이 상하니까 마찬가지다 이겁니다.   그러니까 그렇게 끼리끼리 만나서 속썩이고 속썩고 살게끔 돼 있으니까 그거를 몽땅 없애려면은 절대 남의 탓으로 돌려서는 아니되고 자기에게 녹음된 거를 지워버리는 수밖에는 없습니다. 여러분들이 생각하기에 틀리다면 틀리다고 하셔야 내가 강력히 나가죠. 허허...   ... 1995년 01월 15일 법문 중에서 < 회보 87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