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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법문 (믿음(信心佛性)은 道의 어머니다. 믿었으면 그냥 놓고.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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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망상과 번뇌가 이리 많나 하는 생각도 놓고, 또 공부를 열심히 빨리 해야 되겠다 하는 생각도 놓고, 공부가 왜 이렇게도 안되나 사생결단을 내야지 하는 생각도 놓고 편안히 자연스럽게 해야 됩니다.

그러지 못하고 나는 왜 이렇게도 놓는 것이 잘 안되는가 하고 자꾸만 조바심을 낸다면, 그것은 마치 많은 다리를 가진 지네가 잘 가다가 문득 자기 다리를 보고는 ‘아니, 내 다리가 이렇게도 많은데 어떻게 해서 서로 엉키지도 않고 잘 갈 수가 있었을까?’ 하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서로 다리가 엉켜서 갈 수가 없었다는 것과 같습니다. 그냥 믿고 놓고 가면 잘 가게 되는 것을 공연히 생각을 일으켜서 걱정을 하니까 오히려 갈 수가 없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잘된다 안된다 하는 생각도 다 놓으라는 얘기입니다.

여러분들 중에 어떤 분은 ‘아니 한번 죽지 두 번 죽나? 하늘이 무너져내려 죽는다 해도 죽으면 죽는대로 살죠.’이러는 사람은 아주 잘 살게 되어서 괜찮은데, 어떤 사람은 살려고 바둥바둥 대면서 ‘나는 왜 다 맡겨 놓는데도 안되나? 부처님! 주인공! 제발 살려 주십쇼!’ 이런단 말입니다. 그러니 얼마나 어리석은 일입니까?

해달라긴 누구더러 해달랍니까? 해달라면 벌써 둘이 되는 게 아닙니까? 이래 가지고는 아무리 빌어본들 공덕이 없는 것입니다. 앞에서 육조스님의 말씀을 드렸듯이, 자기가 자기를 믿어야지 누구를 믿습니까?

“내 마음이 본래 스스로 청정함을 어찌 알았으리까? 내 마음이 본래 스스로 걸림 없음을 어찌 알았으리까? 내 마음이 본래 스스로 다 갖춰 있음을 어찌 알았으리까? 내 마음이 본래 스스로 일체만법을 들이고 냄을 어찌 알았으리까?”

그러니까 이러한 이치가 여러분 마음에 다 갖춰져 있어서, 당당하고 여여하게 항상 퍼내어 먹을 수 있고 또 쓸 수 있는 것입니다. 누가 대신 해주거나 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닌 것입니다. 목마르면 먹을 수 있게끔 마음을 내기도 하고, 발을 떼어놓게도 하는 그러한 지혜와 능력이 본래 스스로 여러분 자신에게 다 갖춰져 있습니다. 그러니까 나는 아직 몰라서, 나는 너무나 어려워서, 나는 아직 능력이 없어서, 이런 말은 아예 집어치우고 ‘나’라는 애착을 탁 놓고 가야 합니다.

그래서 여러분의 한 방울의 눈물이 온 바다를 채울 수 있고, 이룰 수 있는 그러한 지혜와 빛을 얻어서 살 수 있다면 언젠가는 우주천지의 열쇠를 맡을 수 있는 자유자재권을 얻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여러분! 그 열쇠는 누가 주는 것이겠습니까? 답해 보십시오.

... 1989년 9월 17일 법문 중에서 < 회보 24호 >